이라크 과도정부 출범 전망

  • 입력 2004년 6월 13일 16시 39분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자치권을 보장한 이라크 임시헌법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반발했던 쿠르드족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또 4월 초부터 미군과 유혈충돌을 벌여온 과격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처음으로 과도정부의 출범을 지지했다. 그동안 이라크 정정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꼽혀온 이들 두 세력의 변화를 보면 언뜻 이라크 민주화에 청신호가 켜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겉모습과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라크의 안정적 주권이양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아직 산재해 있다.

▽최대 걸림돌 사라질까=쿠르드 민주당(KDP), 쿠르드 애국동맹(PUK) 등 쿠르드 모든 세력이 참여한 '쿠르드 통합회의'는 11일 특별회의를 열어 그동안 논란이 됐던 유엔 안보리 결의안 1546호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쿠르드족의 자치권을 보장한 이라크 임시헌법의 유엔 결의안 포함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일단 봉합될 전망이다. 그동안 쿠르드족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쿠르드족의 자치권을 인정한 임시헌법에 대해 명시하지 않을 경우 과도정부를 탈퇴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알 사드르는 이날 쿠파에서 열린 금요 정례 기도회에서 "과도정부 과거의 견해차를 해소하고 통일된 이라크 건설을 향해 나가기 위한 좋은 기회"라고 설교했다고 영국 BBC 인터넷판이 12일 보도했다.

하지만 이 두 세력의 행동은 철저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 이라크 국민들과 국제사회의 여론을 무시하고 자기 주장만 고집할 경우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본격화된 요인 암살=12일 이라크 과도정부의 바삼 살리 쿠바 외무부차관이 바그다드 아다미야 지역에서 사무실로 향하다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지난달 17일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IGC) 이자딘 살림 의장이 차량폭탄테러로 암살된 이후 이라크 주요 인사들에 대한 7번째 암살 공격이다. 이날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에서는 쿠르드계 수니파 종교지도자 이야드 쿠르시드 압델 라자크가 괴한들에 의해 암살됐다.

또 6일과 9일 키르쿠그와 터키를 잇는 송유관이 폭파됐으며 바그다드 북쪽 200㎞ 떨어진 바이지 지역에서 발전소가 파괴돼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는 등 이라크 재건을 방해하려는 세력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다.

11일에는 저항세력에 납치된 레바논 건설 근로자 1명과 이라크인 2명이 팔루자 근처 도로상에서 목이 잘린 채 시체로 발견됐다.

주요 인사에 대한 암살과 사회기간시설에 대한 공격은 2005년 말 정식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계속 될 전망이다.

안정적 주권이양을 바라지 않는 저항세력이나 외국 테러단체들은 요인 암살 등을 통해 치안을 불안하게 해 미국의 계획을 방해하려고 할 것이며 각 종파와 정파들은 2005년 1월 총선을 앞두고 정적을 제거해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암살만큼 유혹적인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뉴스팀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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