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이란, 핵사찰 불응하면 강력제재”

  • 입력 2004년 6월 15일 18시 55분


이란의 핵사찰 지연에 대해 미국이 초강경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에 가세하고 있다. 이는 이란이 핵무기용 고농축 우라늄 제조에 상당히 근접했다고 판단한 점도 작용했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이란의 핵개발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란의 강경파들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공공연하게 거론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이란 핵’ 문제가 미국 러시아 중국간 외교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압박수위 높이는 미국과 IAEA=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14일 빈에서 열린 IAEA 이사회 연설에서 “이란의 핵 의혹 시설에 대한 사찰이 고의로 지연되고 있다”며 이란을 비난했다. 그는 또 “이란 핵사찰의 핵심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 활동에 대해 완전하게 해명했는지 여부”라며 “IAEA는 2년간 이란에 비공개 핵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란의 비협조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핵사찰에 협력하지 않는 이란에 대해 IAEA 이사회가 강력한 비난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IAEA는 아직 이 문제의 안보리 회부에는 동조하지 않고 있다.

▽국제문제로 비화되는 이란 핵 논란=미 의회 기구인 미중 경제안보심의위원회는 14일 연례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이란으로부터 석유를 받는 조건으로 이란에 핵 기술을 전해줬다”고 주장했다. 중국측은 이 위원회가 과거에도 중국에 대해 상당한 불신을 갖고 있었다며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발표를 계기로 이란 핵개발의 중국 개입설이 불거지고 있다.

현재 이란 부세르 원전 건설을 지원하고 있는 러시아도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의 비판적 견해에 반발을 나타냈다. 러시아 당국자는 이날 부세르 원전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겠다며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위해 이란과 원자력 분야 협력을 중단하라는 미국의 압력을 일축했다.

이란의 강경파들도 미국 등의 압력에 NPT 탈퇴라는 초강경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마흐디 코우차크자데 의원은 14일 AP와의 회견에서 “IAEA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다면 이란은 국익을 지키기 위해 강하게 반발할 것”이라며 “NPT 탈퇴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NPT 탈퇴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 핵문제에 대해 미국과 다른 입장을 보임에 따라 ‘핵 폐기’라는 국제적 공감대 속에 진행되고 있는 북핵 해결방식과는 달리 복잡하게 얽혀들 가능성이 크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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