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임덕규/레이건 조문에 무심한 정부

  • 입력 2004년 6월 16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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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6월 5일 93세를 일기로 서거해 미국은 11일 국장으로 장례식을 마쳤다.

서울 외교가에서는 각국의 전현직 국가원수들이 서거하면 그 나라의 대사관에 고인의 영정을 모셔놓고 조문객을 맞는다. 동맹국인 미국 국상의 경우에는 주한 미대사관의 조문 소식이 신문방송을 통해 보도되는 게 상례여서 필자는 한동안 이를 기다렸지만 9일까지 전혀 소식이 없어 대사관측에 연락했더니 6월 7일부터 7월 6일까지 용산의 미 대사관 공보원에서 조문을 받는다고 했다.

10일 오전 조문을 갔다가 대사관측 관계자로부터 깜짝 놀랄 말을 들었다. 조문 개시 이래 필자가 첫 조문객이라는 것이다. 여느 나라의 국상도 이런 식으로 대해서는 안 되거늘 하물며 미국의 국상에 4일 동안 조문객이 한명도 없었다니….

필자는 정부 관계자와 각계 주요 인사들에게 “한미동맹 이상 없다는 말을 백번 하는 것보다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사관 조문’을 일러줬다. 그들은 한결같이 “언론에 나지 않아 몰랐다”고 미안해하며 서둘러 조문을 했다.

필자는 미국측에도 “조문 받는다는 사실을 한국 언론에 알리면 좋지 않으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조문하면 한미동맹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대사관측은 “인터넷 웹 사이트에 자세히 올려놓았다. 그러나 신문 방송에는 내지 않기로 했다”고만 말했다.

여하튼 지금 주한 미국대사관의 조문 ‘풍경’은 과거 린든 B 존슨 대통령 서거 때의 추모 열기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가 있다. 친미 반미를 떠나 우방 중의 우방인 미국에 대해 이렇게 소홀히 한다면 앞으로 우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느 나라가 우리를 돕겠는가. 한미관계가 보다 돈독해지기를 바라면서 다시 한번 레이건 전대통령의 명복을 빈다.

임덕규 월간 Diplomacy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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