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보안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카스페르스키 연구소는 차세대 휴대전화인 스마트폰에 ‘카비르(Cabir)’로 명명된 바이러스가 감염된 것을 확인했다고 15일 AFP통신이 보도했다.
지금까지 휴대전화에서 버그가 발견된 적은 있지만 바이러스 발견은 처음 있는 일이다.
카비르 바이러스는 노키아, 지멘스, 소니에릭슨 등이 생산한 휴대전화에 사용되는 운영체제(OS)인 ‘심비안(Symbian)’에 침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비르에 감염되면 휴대전화 전원을 켤 때마다 초기 액정화면에 ‘Caribe’란 문자가 나타난다. 이 바이러스는 휴대전화를 망가뜨릴 정도의 악성은 아니지만 휴대전화에 내장된 각종 전화번호를 스스로 검색해 처음 발견한 번호로 자기 복제한 바이러스를 전송해 감염시킨다.
컴퓨터 보안업체 전문가들은 “카비르로 인한 보안사고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지만 다른 바이러스 제작자들이 카비르를 토대로 더 위험한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바이러스는 악명 높은 국제적 컴퓨터 바이러스 제작 그룹인 ‘29A’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29A가 보안 소프트웨어 판매업체들에 이번 주 초 이 바이러스를 보냈고 판매업체들이 연구한 결과 이 바이러스가 ‘전화에서 전화로(Phone to Phone)’ 전염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것.
노키아측은 “전문가들이 카비르를 분석 중이며 빠른 시일 안에 분석 결과를 발표하겠다”면서 더 이상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안철수연구소 시큐리티대응센터 조기흠(趙基欽·38) 센터장은 “카비르 바이러스는 심비안을 OS로 사용하는 휴대전화가 근거리 무선통신망인 블루투스에 연결될 경우에만 전파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아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스마트폰은 휴대전화 기능에 개인휴대단말기(PDA)의 장점을 통합시켜 인터넷 접속과 e메일 전송,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등 컴퓨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보안전문가들은 앞으로 스마트폰이 악성 바이러스에 공격당할 경우 예상되는 피해는 통화상태가 나빠지거나 저장된 전화번호나 일정관리가 삭제되는 것 등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러스 예방 소프트웨어업체인 시만텍사의 스티븐 트릴링 연구소장은 “이젠 휴대전화를 인터넷상 또 다른 컴퓨터 세트로 봐야 한다”면서 “휴대전화가 인터넷에 연결되면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바이러스의 공격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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