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기자 10명이 중국 외교부 초청으로 베이징(北京) 지린(吉林)성 등을 둘러보고 왔다. 그중 중국의 변화를 가장 실감나게 느끼게 한 곳은 역시 상하이였다. 곳곳에 솟은 마천루는 “천지개벽(天地開闢)이 됐다”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심각한 전력난에도 밤에 빈 사무실의 불을 켜 놓는 과시성 행정, 대륙 각 지역에서 상하이로 이주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다는 ‘종합소질평가제도’ 등에선 여전히 국가통제의 요소가 강하게 느껴졌다. 한마디로 상하이는 새 것과 옛 것,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시장과 국가가 뒤섞여 있는 모습이었다.
▷한국과 중국의 장래에 대해선 보는 이마다 시각이 다르다. 베이징에서 만난 김하중 주중(駐中)대사는 “중국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지만 이에 한국이 위협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어느 민족보다도 중국인과 화합이 잘 되는 한국인의 특성을 살린다면 중국의 성장에서 실리를 취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상하이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한국 상황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한 근로자 임금에, 근로조건 조정과 해고까지 자유로운 노동시장만 봐도 두 나라간 기업 여건의 차이는 분명하지 않느냐는 얘기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 시내로 들어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게 잡아도 1시간 이상이다. 상하이의 7분에 비하면 10배 정도 더 걸린다. 혹시라도 이 차이가 앞으로 두 나라간 경제발전의 격차를 비교하는 예로 즐겨 인용되지 않을까 두렵다. 그렇게 되기 전에 이젠 정말 모두들 정신 차려야 한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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