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그라이브 포로학대 배후에 관타나모 수용소 前소장”

  • 입력 2004년 6월 17일 19시 01분


쿠바 관타나모의 테러 혐의자 집단수용소를 관장했던 제프리 밀러 소장이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 포로학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핵심 고리로 떠올랐다.

밀러 소장은 관타나모 수용소 사령관으로 근무(2002년 10월∼올해 4월)하면서 지난해 8월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 파견돼 정보 수집활동을 벌여왔다.

밀러 소장은 관타나모 수용소 사령관으로 부임할 때부터 혐의자들을 ‘쥐어 짜’ 정보를 확보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

당시 미국 백악관과 국방부는 ‘포로들로부터 정보를 얻을 때 제네바협약이나 미국 국내 법률을 크게 의식하지 말라’는 지침을 하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1월 알베르토 곤살레스 백악관 법률보좌관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알 카에다와 탈레반 혐의자들을 심문할 때는 제네바협약의 금지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메모를 전달한 바 있다.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관타나모 수용소에 억류된 알 카에다 고위 관련자들을 심문할 새 심문기술을 승인했다.

밀러 소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군 정보기관 소속 심문관들과 헌병들을 단일 지휘체계로 묶어 통솔했고 이로 인해 심문관들이 헌병들의 포로 대우방식을 좌지우지하도록 허용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17일 지적했다.

백악관과 국방부는 지난해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세가 심각해지자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포로들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빼내기 위해 밀러 소장을 파견했고 그는 관타나모에서 실행했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밀러 소장의 위쪽으로 지휘선을 그으면 국방부장관과 백악관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밀러 소장은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서 불법행위를 허용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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