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직 관리들 “부시 대외정책 실패… 낙선해야”

  • 입력 2004년 6월 17일 19시 01분


미국의 전직 고위외교관, 군인, 관료 등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외정책을 비판하며 그가 낙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고문을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 실었다.

이들이 17일자 르몽드에 기고한 글의 제목은 ‘변화의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조지 W 부시!’.

이 기고문에 서명한 이들 중에는 스탠필드 터너 전 CIA 국장, 윌리엄 스미스 전 미 유럽군 사령관, 조지프 호어 전 미 중앙아시아군 사령관, 찰스 프리먼 전 국제담당 국방차관보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의 전직 고위관리들이 현직 대통령의 낙선을 주장하는 글을 프랑스 신문에 기고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 중 대다수가 2000년 대선 때 부시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부시 정부의 정책이 국가안보와 세계의 지도적 역할이라는 중대한 책임을 저버렸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은 세계 속의 미국 역할에 대해 권위적으로 접근해 미국이 가진 경제력과 도덕적 힘보다는 군사력과 자체의 정당성 주장에 의존했다”며 “친구, 전통적 우방의 이해관계에 무감각하고 유엔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정보조작,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알 카에다의 연계를 주장하는 뻔뻔한 여론몰이 등으로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했으나 이를 입증할 만한 자료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이들은 “우리는 WMD 확산과 세계화로 인한 과실의 불평등한 분배, 테러, 환경 악화 등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부시 정부는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고자들은 “부시 행정부는 세계 지도자로서 가져야 할 책임에 부응할 만한 능력이 없음이 드러났다”며 “바꿔야 할 시간이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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