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부시 대통령에게 대(對) 국민 사과를 촉구한 미국 언론은 뉴욕 타임스가 처음이다.
다음은 사설 요약.
“9·11테러 진상조사위원회가 내놓은 보고서는 이라크와 알 카에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9·11테러 사이에 전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지난해 사실과 다르게 국민을 이끌어 이라크 공격을 찬성하도록 설득한 부시 대통령은 미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부시 대통령과 고위 참모들이 이라크에 핵무기 및 생화학 무기가 있다고 믿었다 치더라도 이라크와 알 카에다 사이에 관련이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당시 이라크와 알 카에다의 관련성을 믿는 정보요원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는 후세인 전 대통령이 9·11테러와 관련이 있다고 국민을 설득했고, 지난해 이라크 침공 이후에도 줄곧 같은 주장을 폈다.
하지만 진상조사위 보고서에 따르면 90년대 초 오사마 빈 라덴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던 수단 정부도 빈 라덴과 후세인 전 대통령을 연결시키려 했지만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단지 부시 대통령의 신뢰성 문제만은 아니다. 빈 라덴을 포함한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활동하고 있을지 모를 아프가니스탄에서 병력과 정보력을 이라크전쟁으로 빼돌려 테러와의 전쟁을 곤란한 상태에 빠지게도 만들었다.
9·11테러가 발생할 당시, 또는 그 이전의 일들에 대해서는 비난받을 게 없다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은 옳다. 하지만 그 이후의 행동에는 책임이 있다. 부시 대통령은 엉터리 이라크-알 카에다 연계설을 미 국민에게 팔았고, 이는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다.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자신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나, 아니면 정치적 자기기만의 소질이 있거나.”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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