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전면에 나선 한국 경호업체 NKTS의 이라크 중재인과 김씨를 납치한 무장단체 사이에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납치범들도 협상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석방 가능성도 점쳐진다.
▽왜 요구시한을 연장했을까=무장단체가 22일 김씨의 살해 시한을 연장하겠다고 밝힌 것은 현 단계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 있다.
이 단체의 추가 요구사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24시간 내 한국군 파병부대 철수 및 추가 파병 철회를 요구했던 초기 입장과 비교하면 강도가 완화된 것만은 틀림없다.
무엇보다도 NKTS의 이라크인 동업자 모하메드 알 오베디와 무장단체의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민간 업체가 나섬으로써 한국 정부가 테러단체를 직접 상대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줬기 때문이다. 납치범들이 협상 조건으로 한국 정부가 자극적인 언급을 피해야 한다고 제시한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김씨를 살해할 경우 이 단체가 노리는 목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 국민의 석방촉구 여론과 정부의 전방위적 노력,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간접적인 ‘압력’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존경을 받는 이라크 이슬람 종교지도자협의체인 울라마까지 김씨의 석방을 촉구했다.
김씨를 납치한 무장단체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는 이미 한국사회에 파병 찬반 논란을 다시 점화시켰고, 국제사회의 파병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심리적 효과를 거두었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명분만 있다면 김씨를 석방할 가능성도 있다.
▽시한 연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까=무장단체의 시한 연장이 언제까지인지,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일단 시한 연장은 긍정적인 신호다.
이라크에서 벌어진 각종 납치사건 중 협상시한이 연장된 경우 대부분 인질이 풀려났다는 사실도 기대감을 뒷받침한다. 4월 8일 납치됐던 일본인 3명에게도 24시간이라는 시한이 주어졌지만 협상시한이 연장되면서 8일 만에 풀려났다. 사건 전개 양상이 일본인 납치 때와 비슷하게 흘러가는 점은 긍정적이다.
반면 미국인 니컬러스 버그의 경우 조건과 시한 제시조차 없이 참수됐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납치됐던 폴 존슨의 경우는 포로교환 등 구체적인 조건과 시한을 제시한 뒤 정확히 시한에 맞춰 살해당했다.
한국군이 이라크 재건을 위해 파병된다는 점을 집중 홍보한 것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추가 파병되는 한국군이 평화와 재건이라는 인도적 목적으로 이라크에 간다는 소식은 김씨 납치를 전후해 알 자지라 등 현지 방송에 집중 보도됐다. 이미 파견된 서희·제마부대도 현지에서 의료활동 등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렇게 부각된 미군과의 차별성이 무장 단체의 마음을 움직였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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