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국가의 최근 물가 추세를 보면 중국-급등, 미국-안정, 일본-하락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해 중국과 미국은 단계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한 반면, 일본에선 금리 인상이라는 말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요국 물가는 자국 금리뿐만 아니라 세계의 ‘돈 흐름’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오르는 중국=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달 4.4% 올랐다. 97년 2월 이후 가장 많이 오른 수치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의 시기와 폭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인들은 급등하는 물가에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이 최근 중국 50개 주요도시에 거주하는 주민을 상대로 올 2·4분기(4∼6월) 체감 물가를 조사했더니 주민 24.8%가 “물가가 너무 높아 감당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표했다. 특히 3·4분기(7∼9월) 물가예측과 관련해서도 주민 39.6%는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런민은행은 물가의 위험수준을 5% 선으로 정하고 있다.
▽안정세 미국=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현재의 물가 상승 추이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FRB는 최근 경제보고서에서 “4월과 5월 미국 전역에 걸쳐 경제가 확장 국면을 나타냈지만 소비자 물가는 철강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적당히(moderately)’ 올랐다”고 분석했다. 5월에 명목적인 소비자물가지수는 0.6% 올랐지만 변동성이 큰 상품을 제외한 근원 지수는 월가의 당초 예상대로 0.2% 상승에 그쳤다. 이 보고서는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결정자들이 금리 수준을 결정할 29, 30일 회의 때 주요 자료로 사용된다.
▽떨어지는 일본=중국과 미국에 비해 일본 물가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일본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3% 떨어졌다. 11개월 만에 최대 낙폭.
일본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10월과 올 2월에 각각 ‘제로(0)’를 나타내는 등 올 4월까지 등락폭이 거의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물가 행진에 대해 10년 이상 지속된 장기 불황의 그늘이 남아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일본은행(BOJ)은 “경제가 지속적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물가가 오르지 않는 것이 최근 일본 경제의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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