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김종도/아랍전문가 양성하자

  • 입력 2004년 6월 28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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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면서 아랍과 이슬람의 전문가가 없다고 개탄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말 그런가.

현재 우리나라에는 중동지역에서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 유학한 인재들과 국내에서 오랫동안 이 분야를 연구한 학자들이 40∼5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시간강사 처지로 생활에 급급해 제대로 된 연구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우리 사회는 이들의 값진 경험과 연구를 사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거창한 대비책을 말하기에 앞서 주변에 있는 전문가부터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활용해야 한다.

중동지역 공관에 나가 있는 우리 외교관 가운데 아랍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마 10명 안팎에 불과할 것이다. 선진국들의 아랍지역 근무 외교관들은 대부분 장기간 현지에 근무해 아랍어를 구사할 줄 아는, 중동·이슬람 전문가다. 우리도 아랍에서 공부한 전문가 가운데 일부를 외교관으로 특채해 현지에서 근무토록 한다면 누구보다도 효과적으로, 훌륭하게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랍과 이슬람에 대한 교육기반 확충도 절실하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아랍어가 제2외국어로 채택됐지만, 6월 초에 시행한 모의 수능 결과 아랍어를 선택한 학생은 전국에서 단 한 명뿐이었다고 한다. 아랍어를 가르치는 고등학교가 단 한 군데도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대학에 가야 겨우 아랍어를 배울 수 있는데, 그나마 아랍어와 이슬람을 교양과목으로라도 채택한 대학은 몇 군데 지나지 않는다. 세계화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정부 방침이 유독 아랍에 관해서는 예외란 말인가. 국가는 각 분야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재를 길러낼 책임과 의무가 있다. 다행히 교육부가 향후 아랍어 채택 시범고교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하니 두고 볼 일이다.

김종도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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