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라크 쿠르드족 독립미끼 ‘특수부대’ 물밑 양성

  • 입력 2004년 6월 28일 19시 03분


‘이라크-이란 국경선 1448km를 물샐틈없이 봉쇄해야 함.’

지난해 7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전쟁 종전을 선언한 지 두 달이 지난 시점에 이스라엘은 부시 행정부에 경고했다.

예상되는 이라크 내 테러를 차단하기 위한 해법이었다. ‘종전’ 후 전개될 ‘제2의 전쟁’을 정확히 예측한 정세 분석이기도 했다.

부시 행정부는 이 경고를 귓전으로 흘렸다. ‘성지 순례를 하는 이란인들을 막을 이유는 없다. 이란인들이 잠입해 미군과 싸움을 벌이지 않는 한 국경선 차단은 실익이 없다.’

한 달 뒤인 지난해 8월. 유엔 바그다드 사무소에 차량폭탄 테러가 터지는 등 사태는 급속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이스라엘은 미국이 이라크에 안정과 민주주의를 가져올 수 없다고 결론짓고 독자적인 작전에 착수한다. 일명 ‘플랜 B’.

▽이스라엘의 이이제이(以夷制夷)=“주권 이양 뒤에도 이라크 과도정부는 남부 시아파 민병대를 억제할 수 없다.” 이스라엘의 예측과 우려는 분명했다. 이스라엘의 판단으로는 이란은 무크타다 알 사드르 같은 시아파 민병대 지도자를 지원할 것이며, 시리아는 팔레스타인의 후원세력이다.

이스라엘은 터키, 이란, 시리아 접경지대의 쿠르드족을 대항마로 골라 쿠르드족 특수부대를 자국 부대와 똑같이 훈련시키기 시작했다.

이 지역은 한국군이 추가 파병되는 곳. ‘침투와 정보수집, 요인암살’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부대는 민병대 지도자를 노린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 요원들은 이 특수부대를 길잡이 삼아 이란과 시리아로 잠입, 군사기밀도 수집하고 있다. 미국은 사실상 이를 묵인한다.

독립의 염원을 품은 쿠르드족은 이스라엘의 지원을 적극 환영하는 입장이다. 쿠르드족 군대인 ‘페시메르가’는 현재 병력 7만5000명으로 시아파 및 수니파 민병대를 능가한다.

▽제2의 중동 화약고 우려=터키, 이란, 시리아는 이스라엘의 쿠르드족 지원을 격렬히 비난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쿠르드족 특수부대 훈련을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다. 민간인들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둘러댄다.

특히 터키는 쿠르드족 특수부대가 침투해 독립운동을 부추길까봐 우려한다. 터키는 쿠르드족이 이라크 북부에 독립국가를 건설하는 것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주간지 뉴요커 최신호는 전했다.

터키는 특히 이라크 쿠르드족이 분리 독립을 선언하고 북부 유전지대 중심도시인 키르쿠크를 장악할 경우 “키르쿠크는 이라크의 사라예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란 역시 이라크와의 접경지역에 이스라엘 전폭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기지를 쿠르드족이 내줄 수 있다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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