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드 무사 “이라크 국민들도 함께 울고 있습니다”

  • 입력 2004년 6월 28일 19시 08분


“이라크 국민, 특히 이라크의 예술인과 지식인들은 김선일씨 살해라는 범죄행위에 대해 분노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또 이라크 국민의 이름으로 이번 일을 정말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하미드 무사 이라크 문인협회장(48·사진)이 내한해 28일 서울 중구 세실 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의 이번 방문은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염무웅·廉武雄)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마련한 ‘제1회 아시아 청년 작가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한 것.

25일 바그다드를 출발해 요르단 암만을 거쳐 27일 새벽 한국에 도착한 그는 이틀 넘게 걸린 고된 여정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밤새 호텔방에서 김선일씨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시(‘고 김선일에게 보내는 편지’)를 지어 기자회견장에서 발표했다. 그는 “이 시는 나의 시이자 이라크 국민들의 시”라고 말했다. 바그다드 출신인 그는 ‘하미드 알 묵타르’라는 필명으로 70년대 중반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 이후 시도 발표해 온 중견 작가.

사담 후세인이 집권하던 시절 한 독서토론회에서 후세인에 대한 용어를 잘못 사용한 죄로 구속돼 8년형을 선고받았던 그는 후세인 정권 붕괴로 투옥 3년 만에 풀려났다. 후세인 시절에 대해 그는 “모든 이라크 땅이 감옥이었으며 오늘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도 꿈만 같다”고 말했다. 그는 출옥 후 최근 새로 출범한 이라크 문인협회의 회장을 맡았다. 현재 이라크 문인협회 등록 회원은 약 1200명.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라크인은 미국이 주도하는 어떠한 군의 파병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가회의는 ‘고통의 기억을 넘어 평화로운 미래로!’를 주제로 한 이번 아시아 청년작가 워크숍에 이라크를 비롯해 베트남 몽골 팔레스타인 미얀마 등 분쟁지역 출신 작가 28명을 초청했다. 이들은 30일 광주 5·18기념관을 시작으로 다음달 6일까지 부산 제주 서울에서 시낭송, 토론회 등으로 진행되는 순회 워크숍을 가지며 8일 한국을 떠난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