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산층 금리인상 앞두고 초긴장

  • 입력 2004년 6월 29일 15시 51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카스터에 사는 디펜더퍼씨 가족은 1998년 30년 만기 모기지론(장기주택담보대출)으로 8만9000달러(약 1억원)을 빌려 집을 장만했다. 맞벌이 부부인 디펜더퍼 부부는 이 집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모기지론으로 3만 달러(약 3500만원)를 또 빌렸다.

29~30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기금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이 부부와 같은 '채무 가정'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디펜더퍼씨 부부는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월 이자비용이 35달러 늘어난다.

▽초저금리의 후유증=FRB는 정보통신(IT) 거품과 9·11테러 등 악재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2001년 1월부터 금리를 낮추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모두 13차례 인하를 단행해 6.5%였던 금리는 1958년 이후 최저수준인 1%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초저금리는 가계의 소비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았다. 신용카드 4개를 사용하는 디펜더퍼 부부처럼 미국의 많은 가정이 주택과 자동차 구입 등을 외상으로 처리했다. 이 때문에 올해 1·4분기(1~3월)에 미국 가계 채무는 9조 달러(약 1경원)를 넘어섰다.

특히 미 가계 채무의 20%에 해당하는 1조8000억 달러(약 2075조원)는 변동금리가 적용된다. FRB의 금리인상 조치는 변동금리로 돈을 빌린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을 4조5000억 달러(약 5189조원)에 이르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 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가계부담 대책 없어=미국 가정들은 금리 인상 이외에 올해 유가 상승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미 가정들은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비용 4조5000억 달러의 10%에 해당하는 비용을 인상된 기름값으로 지불해야 했다.

일부에서는 2월부터 1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돼 금리 인상과 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을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빚을 갚아야 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어 돈을 버는 계층인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 펜실베이니아주 랭카스터의 채무자 상담센터를 찾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 센터의 마이클 위버 소장은 "상담센터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수입은 보잘 것 없다"며 "이들은 신용카드로 생계를 이어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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