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사인 윌리엄 번스 국무부 중동담당 차관보는 이날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지도자와 회담한 뒤 성명을 통해 미국이 연락사무소를 개설했으며 이로써 미국과 리비아의 국교가 정상화됐다고 발표했다.
번스 차관보는 리비아도 미국에 대표부를 설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정된 수순=미국과 리비아의 외교관계 복원은 지난해 12월 카다피 국가지도자가 대량살상무기(WMD) 포기선언을 한 뒤 시간문제로 여겨져 왔다. 올해 1월에는 미 의회 대표단이 35년 만에 리비아를 방문해 사전 정지작업을 벌였다.
3월에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리비아를 방문해 카다피 국가지도자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리비아에 대한 유엔과 서방의 제재조치를 해제하기 위한 일종의 확인과정이었다. 1개월 뒤 미국은 리비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풀었다.
번스 차관보는 이날 카다피 국가지도자와 가진 회담에서 리비아의 △대테러 전쟁 참여 △WMD 사용 금지 △모든 형태의 테러 지원활동 중단에 대해 집중 협의했다. ‘카다피 선언’의 진의를 검증하기 위한 마지막 통과의례였다.
번스 차관보는 리비아가 수단의 내전 피해자들을 인도주의적으로 지원하고 1988년 팬암 민항기 폭파 사건의 책임을 인정한 것을 평가했다. 하지만 카다피 국가지도자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리비아 모델’ 확산될까=WMD 포기선언 6개월 만에 미국이 리비아와의 외교관계를 복원한 것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에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핵을 포기하면 확실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최근 일부 미국 언론이 ‘리비아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통치자인 압둘라 왕세제를 암살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미국이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번스 차관보는 코퍼 블랙 미 국무부 대테러담당관과 함께 “이 의혹을 협의했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특히 북한과는 양자협상을 거부하고 있어 리비아식 해법이 북한에 적용될 수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미국은 WMD 포기선언에 앞서 리비아와 몇 차례 비밀협상을 벌였었다.
미 국무부는 외교관계 복원에도 불구하고 리비아가 여전히 테러지원국 명단에 포함돼 있다며 미국 국민이 리비아를 여행할 때 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트리폴리=외신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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