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이집트서 간이식 시술 삼성서울병원 이석구 교수팀

  • 입력 2004년 6월 29일 18시 09분


삼성서울병원의 이석구(오른쪽) 조재원 교수는 이집트의 간 환자 12명에게 새 생명을 안겨 주면서 ‘세계 정상급’으로 평가받는 한국의 의료 수준을 과시했다.-권주훈기자
삼성서울병원의 이석구(오른쪽) 조재원 교수는 이집트의 간 환자 12명에게 새 생명을 안겨 주면서 ‘세계 정상급’으로 평가받는 한국의 의료 수준을 과시했다.-권주훈기자
국내에서는 생체 간이식이 보편화되다시피 했지만, 나라에 따라서는 간 이식이 아직 생소한 선진 의술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집트도 그런 나라 중의 하나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이석구(李奭九·50) 교수팀은 이집트에서 간이식 수술을 집도해 “간경변이나 간암에 걸리면 한국 의사에게 이식 수술을 받아야 산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확실한 명성을 얻었다.

이 교수팀은 지난해 4월부터 지금까지 이집트 기자의 다 알 포아드 병원에서 12명의 환자에게 생체 간이식 수술을 시행해 이들을 살려 냈다. 생체 간이식은 환자의 간을 완전히 떼어내고 그 자리에 건강한 사람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수술법으로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세계 최정상급으로 인정받고 있다.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이승규(李承奎·54) 교수가 2001년 터키를 방문해 이 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생체 간이식에 성공하는 등 또다른 ‘해외 수출’이 있었지만, 외국의 특정 병원을 찾아 계속 수술해 주는 경우는 이석구 교수팀이 유일하다.

이 교수가 이집트에 진출하게 된 것은 2002년 겨울 다 알 포아드 병원의 하템 엘 가발리 원장에게서 받은 e메일 때문이었다. 가발리 원장은 자신의 병원이 이집트어로 ‘심장이 있는 곳’이라는 뜻이며 카이로대 등 명문대 교수들이 포진해 있다고 소개하고 간 이식 노하우를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다.

이 교수팀은 이미 2001년 11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수혈을 거부한 1세 여아에게 수혈 없이 간을 이식하는 데에 성공했고 이듬해 3월에는 왼쪽에 있어야 할 심장이 오른쪽에 있고 오른쪽에 있어야 할 간이 왼쪽에 있는 등 몸 안의 장기 위치가 완전히 뒤바뀐, 생후 3개월 된 남아의 간이식 수술에 성공하는 등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3개월 된 아기에게 간을 이식한 것은 ‘국내 최연소자에 대한 수술’이기도 했다.

가발리 원장은 2003년 2월엔 직접 방한해 자기 병원의 의술 수준 등을 설명하며 이 교수팀에 자신의 병원에 와서 환자를 수술하며 ‘한 수’ 지도해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그 두 달 뒤 이 교수는 조재원(趙梓元·47) 이광웅(李光雄·39) 교수와 함께 이집트를 방문해 사흘 연거푸 3명의 환자를 수술했다. 환자들은 기업인, 판사, 의사로 그곳에서는 내로라하는 사람들이었다.

간이식 수술은 10∼15시간이나 걸리므로 초인적인 체력이 요구되는 데다 당시 수술을 지원하는 이집트측 의사 및 간호사 등과 언어가 통하지 않아 무척이나 힘든 작업이었지만 결과는 성공이었다.

이 수술이 끝난 뒤 그곳 의료진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과거에도 유럽과 일본 의사가 와서 생체 간이식 수술 시범을 보인 적이 있는데 유럽 의사는 결과가 좋지 않았고, 일본 의사는 꼼꼼하지만 느렸어요. 한국인 의사는 완벽하면서도 재빨라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이 교수팀은 그 뒤에도 휴가 때를 이용해 세 차례 더 이집트를 찾아 모두 12명에게 새 삶을 선사했다. “이집트인은 한국인과 닮은 점이 많아요. 정이 많고 잘 흥분하죠. 급한 것도 비슷해요. 그래서 수술을 빨리 하는 한국 의사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 교수팀은 올 4월 그곳에서 열린 ‘제1회 이집트 국제 간이식 심포지엄’에 참가했을 때 리비아,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출신 의사들에게서 자신들의 병원에도 와서 환자를 수술하며 의술을 가르쳐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집트의 경우에는 가족간의 결속이 대단합니다. 간 이식이 필요하면 가족들이 서로 자기 간을 떼어 주겠다고 나섭니다. 한국에도 이식 간을 공여(供與)하겠다는 사람이 더욱 많아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간을 공여하는 사람에게 부작용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연인을 위해 감내할 만한 정도입니다. 게다가 한국 의사의 간이식 시술 수준은 세계 최고입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이석구 교수는

―1954년 경남 진해 출생

―1979년 서울대 의대 졸

―1990년 가톨릭대 의대 의학박사

―1991∼94년 미국 하버드대 의대 외과 전임의

―1994∼현재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소아외과 교수

―1995∼1996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이식외과 연수

―2001년∼현재 삼성서울병원 임상시험센터장 및

IRB 위원장, 소아외과 과장

―2001년∼현재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장

―2002년∼현재 대한임상연구심의기구협의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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