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라크의 장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계획을 이틀 앞당겨 쫓기듯 단행된 주권이양이 험난한 앞길을 예고한다. 미군정이 종식됐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비록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따라 다국적군으로 이름이 바뀌지만 실질적 지배세력은 13만여명의 이라크 주둔 미군이다. 아직은 이라크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축하할 때가 아니다.
당장 시급한 것은 치안유지다. 테러단체는 주권이양 직후 억류하고 있던 미군을 살해했다. 미군과 과도정부를 상대로 테러를 계속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다. 과도정부가 계엄령 선포 등 비상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테러집단의 집결지로 변해 버린 이라크를 지키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라크를 혼란상태로 떠넘긴 미국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과도정부를 도와야 한다. 모로코 바레인 등 주변국들이 이라크의 호소에 응해 군대를 보낸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라크 과도정부 출범으로 자이툰 부대 파병 환경도 변했다. 정부는 이라크 새 정부와 접촉해 평화와 재건을 위해 가장 효율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라크 정부가 파병에 대해 명확한 환영 입장을 밝혀 이라크인들이 우리 군의 성격을 제대로 알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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