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본 이라크 앞날]<2>알 시스타니 시아파 최고 지도자

  • 입력 2004년 6월 30일 19시 02분


《5월 말 과도정부 요직 인선을 놓고 권력투쟁이 한창일 때 시아파 최고성직자 알리 알 시스타니(74)의 나자프 자택은 ‘눈도장’을 찍으려는 예비 후보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미 이라크에선 “이라크의 미래를 알려면 ‘나자프’를 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시스타니는 시아파 최고성직자를 의미하는 ‘그랜드 아야톨라’이자 시아파 이슬람교도의 정신적 지도자를 뜻하는 ‘마르자’이다. 이라크 국민의 60%를 차지하는 시아파 국민을 이끌어가는 사실상의 ‘정신적 대통령’이다.

그의 영향력은 지난달 28일 출범한 과도정부는 물론 내년 1월 총선과 2006년 1월 정식정부의 출범까지 정치 일정에 깊숙이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과의 파워게임=시스타니는 타협할 줄 아는 온건 종교지도자로 인식돼 시아파는 물론 수니파에도 존경을 받는다. 세속의 일에 깊이 개입하지 않는 듯하면서도 이라크의 미래를 결정할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며 강약을 조절하는 정치력도 갖고 있다.

그는 미국의 ‘이라크 구상’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이 제시한 주권이양 계획에 대해 “민의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며 조기총선을 요구했고, 결국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총선 실시라는 타협안을 끌어냈다. 또 유엔의 이라크 결의안 통과 전날인 지난달 7일에는 결의안 내용에 “쿠르드족의 자치권을 보장한 임시헌법을 언급하지 말라”고 경고해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미국과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하며 파워게임을 벌이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시스타니의 한계=하지만 그가 언제까지 종파와 인종을 초월한 대승적 입장을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그의 ‘팔’도 안으로 굽어 결국 시아파의 정권 장악이라는 본심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동 및 이슬람 문제 전문가인 이브라힘 무사위는 “2500만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면서 소수파인 수니파에 눌려 1400년간 권력을 잡지 못한 시아파의 ‘권력 탈환’이 시스타니의 꿈”이라고 단언했다.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살아남기 위해 정치적 문제를 외면하고 숨어 지냈다는 비판도 시스타니에겐 약점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월 후세인 정권 붕괴 직후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이끄는 시아파 강경세력은 시스타니에게 이라크를 떠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라크가 아닌 이란에서 태어난 것도 부담이다. 시스타니는 17일 나자프의 집에서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총격을 받기도 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알 시스타니 신상명세▼

1930년 이란 시아파 성지 마사드 출생

1935년 5세부터 코란 학습

1952년 나자프로 이주, 최고성직자 이맘 알 코에이에게 성직자 수업

1961년 마사드로 돌아감

1962년 나자프로 다시 돌아옴

1992년 코에이 피살 이후 나자프의 성직자 수장으로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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