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인상은 중장기적으로 달러화 강세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럴 경우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높아지지만 수입원자재의 가격 부담은 더욱 커진다. 또 국제 자본이 미국 쪽으로 가면서 구조적으로 취약한 한국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국가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저금리 시대 막 내린다=FRB는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연방기금 금리를 2%수준까지 인상하고 내년 말이면 4%까지 인상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세계적 '저(低)금리 시대'는 4년 1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FRB는 이틀간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성명을 통해 "미국 경제가 확실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고용 시장도 개선되고 있다"고 금리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FRB는 또 "금리인상이 예측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혀 금리인상은 인플레 압력에 따라 점진적으로 취해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근 미국의 1·4분기(1∼3월) 경제성장률은 연율 기준 3.9%, 2·4분기(4∼6월)에는 2.5∼4.5%로 예상된다. 또 올해 들어 5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간 기준 5.1%로 지난해의 1.9%를 크게 앞질렀다.
금리 인상은 올해 초부터 여러 차례 예고돼 미국의 금융계나 증권시장에 별다른 충격을 미치지는 않았다. 오히려 뉴욕증시에서는 금리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의 사자 주문이 많아 주가가 오름세를 보였다.
▽한국 경제, 수출은 청신호 물가는 적신호=한국 금융시장에서도 미국 금리인상의 충격은 크지 않았다.
2일 서울증시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전날 미국 증시의 상승에 힘입어 장 초반 강세를 보였지만 전날보다 7.76포인트(0.99%) 하락한 778.03으로 장을 마쳤다.
대우증권 홍성국(洪性國) 투자분석부장은 "예상된 수준의 금리 인상인 데다 이미 주식과 채권 시장에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대부분 반영돼 단기적으로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리가 계속 오르면 국제적인 자금이 미국으로 흡수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전망이 높다. 이럴 경우 한국 일본 등 대미(對美)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가격 경쟁력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원유 등 원자재와 부품 등을 더 비싼 가격에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부담은 커진다.
그러나 한국경제연구소 배상근(裵祥根)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상은 경기호조에 대한 자신감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선진국 시장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는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 등 신흥시장국으로부터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해외 자본이 급격하게 이탈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증권 임석정(林錫正) 서울 지점장은 "5월 이후 저금리로 돈을 빌려 주식, 채권에 투자해 차익을 챙겼던 해외자금은 이미 많이 빠져나가 남아 있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점진적으로 미국의 금리가 오른다면 대규모 해외 자금 이탈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미국이 연방기금 금리를 올렸지만 한국은행은 콜금리를 쉽게 올리지 못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丁文建) 전무는 "호조를 보이는 미국경제와 달리 한국경제는 전혀 내수회복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콜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연방기금 금리: 미국 은행 사이에서 단기적으로 돈을 빌려줄 때 적용되는 기준금리로 한국의 콜금리와 비슷하다. FRB 산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한해 8차례 이상 모여 금리수준을 결정한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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