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은 지난해 12월 13일 미군에 체포된 이후 6개월여 만에 공개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서명 거부=법정에 출두한 후세인은 재판부로부터 7개항의 예비혐의를 들은 뒤 법률 서류 서명에 거부하고 쿠웨이트 침공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등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자신의 신분을 확인하는 질문에 “나는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이다”라고 말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후세인은 법정에서 “이것(재판)은 모두 연극이다. 진짜 범죄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쿠웨이트 침공은 이라크 국민을 위해 행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후세인은 간간이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가며 격앙된 어조로 자신의 주장을 폈다.
▽전쟁포로에서 피의자로=이날 재판을 계기로 후세인과 측근 11명의 신분은 전쟁포로에서 피의자로 바뀌었다. 지난달 28일 미군정이 주권을 이양함에 따라 측근 11명과 함께 30일 이라크 과도정부에 신병이 인계된 후세인은 이란-이라크전쟁과 쿠웨이트 침공 및 걸프전쟁 후 발생한 시아파 반란 진압에서의 대량학살, 북부 쿠르드족에 대한 화학무기 사용 등 반(反)인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후세인은 이날 이라크 경찰의 경호를 받아 과도 정부청사가 위치한 바그다드 시내 중심 안전지대(그린존)에 있는 법정에 모습을 나타냈다.
후세인과 함께 법정에 출두한 측근 중에는 타리크 아지즈 전 부총리, 알리 하산 알 마지드 전 대통령 고문 등이 포함돼 있다.
살렘 찰라비 재판소장은 이날 재판에 앞서 기자들에게 후세인을 비롯한 피고 모두 건강 상태가 좋다면서 특히 후세인은 매일 의사로부터 건강상태를 점검받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 장기화=후세인 재판에서 특정 혐의에 대한 재판은 내년 이후로 넘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소식통들은 전망했다.
이 재판은 전쟁범죄, 고문, 반인류 범죄, 집단학살 등 범죄혐의가 워낙 광범위하고 복잡한 조사절차를 남겨두고 있어 본격적인 재판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찰라비 재판소장은 “내년까지는 공식적인 기소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앞으로 증거를 수집하는 등 본격 수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해 재판이 장기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1일 후세인 재판이 시작되기에 앞서 바그다드 시내에서는 후세인 정권 당시 투옥되거나 고문을 당했던 피해자 100여명이 임시정부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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