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엔지니어 안드레 톨메(35)가 골프채를 휘두르며 몽골 초원을 횡단하고 있다.
주변 100마일(약 160km) 이내에는 인적조차 드문 초원에서 그는 약 1000년 전 칭기즈칸이 갔던 길을 따라 혼자만의 게임을 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5월 28일 몽골 동부도시 초이발산에서 티오프를 한 그는 3번 아이언 골프채만을 사용해 매일 16∼25km씩 전진, 7월 말경 서부의 둔드스에서 ‘게임’을 끝낼 예정이다.
골프 코스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자신만의 게임규칙도 필요하다.
몽골 전체를 18홀의 골프 코스로 보고 있는 그가 계산한 전체 페어웨이 거리는 232만2000야드(약 2362km). 파 세이브를 위한 유효타수는 1만1880타. 그는 각 홀을 구분하기 위해 주요 도시들을 퍼팅홀로 생각한다. 이 규칙을 지키기 위해 한 도시에서 떠나 새로운 홀로 접어들 때에만 티를 꽂고 티샷을 날린다.
세계 50여개국을 방문한 여행작가이기도 한 그는 2001년 9월 방문했던 몽골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는 “몽골과 몽골사람, 문화, 지형, 세계 역사에서의 몽골의 위치를 소개하기 위해 몽골 골프에 나섰다”며 “동시에 개인적인 도전도 성공적으로 마치고 싶다”고 말했다.
여름휴가를 이용해 모험에 나선 그의 몽골 골프는 밤마다 울부짖는 늑대들의 합창을 듣고, 초원지방에 흩어져 사는 유목민들의 친절한 모습을 접하고, 평원에 번개가 내려치는 장관을 목격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그와 동행하는 캐디는 골프가 뭔지도 모르는 몽골인 카탄바타르. 러시아제 지프를 이용해 톨메씨를 뒤따르며 물과 음식, 텐트를 제공하는 그는 골프에 대해 “TV를 보니 사람들이 조그만 공을 작은 구멍에 넣더라고요”라고 말할 뿐이다.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번개가 칠 때 골프채를 바닥으로 향하게 하는 일이라고.
후반전에 접어든 톨메씨의 몽골 골프는 현재 14홀에 해당하는 알타이까지 진행됐다고 개인 홈페이지(www.golfmongolia.com)에 소개됐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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