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각색자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피에르 앙드레 테르지앙. 테르지앙은 프랑스어로 번역된 ‘아리랑’ 전권을 모두 읽은 뒤 두 달에 걸쳐 이 희곡을 썼다. 총 12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 한 권의 희곡으로 각색 되는 과정에서 300명 가까운 등장인물들은 몇 명 으로 간추려졌다. 주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내용을 압축하기 위해 ‘춘향’과 ‘투사(鬪士)’라는 2명의 캐릭터가 새로 추가됐다.
시간적으로는 1894년에서 1945년까지 51년의 세월이 3일간의 사건으로 재구성됐으며 전체 3막 42장으로 이루어졌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작가와의 대화’ ‘희곡집 낭송회’ 등 희곡집 출간 관련 행사를 마치고 귀국한 조정래씨는 5일 기자들과 만나 “희곡에 100%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긴 이야기를 압축하는데 많은 노력을 했으며 한국인의 정서를 표출하기 위해 애쓴 것 같다”며 “다만 구체적 묘사들이 생략돼 리얼리티를 좀더 살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원작 ‘아리랑’에 생생한 남도 사투리가 살아 있는 것과는 달리 ‘분노의 세월’은 표준어로 서술됐다. 불어판 ‘분노의 세월’이 현대 표준어로 씌어진 만큼 한국어 번역도 표준어로 된 것.
원작 ‘아리랑’과 희곡 ‘분노의 세월’은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적 차이도 드러낸다. 남녀간 이끌림이나 사랑 묘사가 절제돼 있는 ‘아리랑’과 달리 ‘분노의 세월’에는 키스와 포옹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
이 희곡은 이미 러시아어와 독일어로도 번역이 시작됐으며 스페인어판 영어판도 출간될 예정이다. 프랑스에서는 내년 상반기 공연을 목표로 연극화가 추진되고 있다. 조씨는 “대극장 공연과 함께 소극장에서 매주 1회씩 장기 공연하는 방식도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각색자인 테르지앙은 희곡집 말미에 “조정래의 문체 속에는 일견 서구적이면서 때로는 동양적인 액센트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어렴풋한 반향까지 풍부하게 발견된다”고 밝혔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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