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 1년3개월]戰費 181조원… ‘끝나지 않은 전쟁’

  • 입력 2004년 7월 6일 19시 07분


《주권을 이양받았어도 이라크는 아직 중상을 입은 채 병상에 누워 있다.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과 테러는 그치지 않고 있고 경제도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사회기반시설은 파괴됐고 흉악범죄가 민심을 흉흉하게 한다. 승리자인 미국도 막대한 전쟁비용과 사회분열로 후유증을 앓고 있다. 미국 민간연구재단인 정책연구소(IPS·Institute for Policy Studies)와 외교정책연구소(FPIF·Foreign Policy In Focus)는 최근 ‘이라크전쟁의 대가:쌓여가는 비용’이란 보고서에서 미국과 이라크 그리고 세계가 받은 ‘전쟁의 피해’를 정리했다. 원문은 www.fpif.org.》

▼미국▼

▽한국의 1년 예산과 맞먹는 전비=미 의회는 이라크전에 총 1261억달러의 예산을 승인했으며 250억달러의 추가 예산을 승인할 예정이다. 결국 2004년까지 총 1511억달러(약 181조원)의 예산이 지출될 전망. 올해 한국의 1년 예산(194조원)에 육박하는 액수다. 미국 가구당 3415달러(약 390만원)를 부담하는 셈이다.

텍사스대 제임스 갈브레이스 경제학 교수는 “전비 지출로 단기적으로는 경기 부양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최소 10년간 무역적자 확대와 높은 물가상승률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종전 선언 이후 이라크 상황이 악화되면서 원유 가격은 배럴당 40달러까지 치솟았다. 1년간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에 머물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500억달러가 줄어든다.

▽사회복지 비용 삭감=미국의 이라크 전비 1511억달러는 △2300만건의 주택보조금 △2700만 의료보험 미가입자의 의료비용 △300만명의 초등학교 교사 월급 △68만대의 새 소방차 구입 △2000만명의 어린이 교육 보조금 △8200만 어린이의 의료보건 비용을 댈 수 있는 규모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2005년 예산에서 사회복지 사업 예산을 삭감하고, 국방비를 제외한 국내 사업에 대한 예산 보조금을 동결해 전비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주 정부 등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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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사기 저하=돈으로 환산하기 어렵지만 군의 사기 저하도 미국의 ‘비용’이다.

지금까지 미 육군 2만명이 평균 복무기간을 320일 연장했다. 이로 인해 특히 5∼6년 동안 12개월 이상 현역 복무를 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 예비군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육군 병사들의 절반 이상은 군에 다시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갈수록 커지는 인명피해=지난해 3월 20일 이라크전이 시작된 후 지난달 16일까지 미군 피해는 사망 835명, 부상 5134명.

특히 부시 대통령이 전쟁 종료를 선언한 지난해 5월 1일 이후 13개월 동안의 피해가 더 컸다. 종전 선언 후 사망자는 전쟁 기간(142명)에 비해 5배 가까운 693명이었으며 부상자도 89%(4593명)가 이 기간에 발생했다.

민간인은 50∼9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직업별로는 언론인이 8명으로 많았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이라크▼

▽인명 피해는 미군의 10배=지난해 3월 개전 이후 지금까지 이라크인 사망자는 9436∼1만1317명, 부상자는 약 3만5000명. 미군 사상자 수의 10배에 해당한다.

보이지 않는 인명피해도 심각하다. 미군은 전쟁 발발 이후 1100∼2200t의 열화우라늄폭탄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1991년 걸프전 때 사용한 것보다 4배나 많은 양이다.

걸프전 이후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서는 장애아 출생률이 이전에 비해 7배나 늘었으며 암 환자도 급증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걸프전 신드롬’이라고 부르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기형아 출산과 불치병 발병 등 후유증이 장기적으로 계속될 공산이 크다.

▽피폐한 경제=전쟁 전 이라크의 실업률은 30% 정도. 전쟁 직후 연합군 임시행정처(CPA)가 사담 후세인 시절 이라크 군과 행정기관을 해체하면서 실업률은 지난해 여름 60%로 껑충 뛰었다.

미국은 2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으나 1만5000명의 이라크인을 고용하는 데 그쳤다. 재건사업에 참여하는 이라크인은 전체 700만 노동인구 가운데 1% 정도에 그친다.

이라크 경제의 ‘젖줄’인 석유 생산도 회복되지 않았다. 2002년 하루 240만 배럴이던 생산량은 전쟁 직후 133만 배럴로 줄었다. 종전 후 생산량이 늘었으나 올해 들어 석유시설에 대해 130여건의 테러가 발생해 아직 전쟁 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헤아릴 수 없는 사회비용=살인 강간 납치 등 범죄가 급증해 어린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여성들은 외출을 못하고 있다. 2002년 매월 14건이던 폭력사건 사망이 지난해 매월 357건으로 20배 이상 늘었다.

교육도 무너졌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200개 학교가 전쟁으로 파괴됐고, 3000여개 학교가 약탈당했다고 추정했다. 초등학교 등교율은 전쟁 전 90%에서 지난해 5월 50% 이하로 떨어졌다.

30년 전 중동 최고의 의료시설을 자랑했던 의료시설도 붕괴 직전이다. 미국의 경제제재로 낙후한 데다 다시 전쟁을 치르면서 주요 의료장비가 90% 이상 약탈당해 기능을 대부분 상실했다.

국민적 자존심 손상도 심각하다. 이 때문에 지난달 28일 주권을 넘겨받은 이라크 과도정부가 민심을 달래지 못하면 강경파가 세력을 확대해 내전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유엔권위 추락… 테러공격 되레 증가▼

이라크전은 전쟁 당사자인 미국과 이라크뿐 아니라 전 세계에도 유무형의 피해를 남겼다. 특히 심각한 인권침해와 국제법의 실종, 유엔의 신뢰성 훼손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무너진 국제질서=미국은 유엔의 동의 없이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유엔의 권위는 땅바닥에 떨어졌고, 국익을 위해 선제공격도 할 수 있다는 분위기는 러시아 중국 등으로 퍼져나가 대화와 타협이 설 자리를 잃었다.

바그다드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의 수감자 학대나, 테러조직의 민간인 납치살해는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한 잔혹행위였다. ‘인간에 대한 예의’는 실종됐으며, 이로 인해 피폐해진 세계인의 정신적 피해는 액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컸다.

세계의 관심이 이라크에 쏠리는 바람에 재난과 분쟁을 겪고 있는 소외된 국가의 피해는 더 컸다. 수단은 1년 이상 끌어온 내전과 인종청소로 3만여명이 숨졌으나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세계 곳곳에 후유증=미국의 이라크 전비 1511억달러는 세계 기아를 반 이상 줄일 수 있는 금액. 이처럼 막대한 돈이 지출됐지만 테러는 줄어들지 않았다. 중동정세 불안으로 유가가 상승하면서 각국 경제는 가슴을 졸였다. 항공사들은 매달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 이라크전에 참가한 연합국 중 13개국 병사 116명이 사망했으며, 민간인 피해도 44명 이상이다. 참전국이 지출하는 전비는 고스란히 해당국 국민에게 돌아가는 부담이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피해
미국구분 이라크
-미군 835명 사망-미군 5134명 부상-미국 민간인 50∼90명 사망인명 피해-민간인 9436∼1만1317명 사망-민간인 약 3만5000명 부상-저항세력 4895∼6370명 사망-열화우라늄폭탄으로 인한 기형아, 불치병 가능성
-2004년까지 1511억달러 지출-유가 상승으로 국내총생산 500 억달러 축소 경제적 피해-실업률, 전쟁 전 30%에서 전쟁 후 60%로 상승-일일 석유생산량, 2002년 240만 배럴에서 전쟁 후 133만 배럴로 감소
-사회복지 예산삭감, 국내 사 업에 대한 보조금 동결사회적 피해-폭력으로 인한 사망, 2002년 매월 14건에서 지난해 매월 35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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