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전문지 FP “테러전쟁은 모두의 책임”

  • 입력 2004년 7월 8일 19시 06분


‘누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이라크는 엉망진창인 ‘혼란(turmoil)’ 그 자체지만 이런 상황을 야기한 책임에 있어서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격월간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P) 최신호(7∼8월호)가 일침을 가했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 아래 이라크전을 감행한 것은 부시 행정부이지만 이를 방조했던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는 것이다.

FP는 먼저 ‘백악관의 입김에 비굴하게 복종하거나 형식적인 반론만을 폈던 미 의회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물었다.

이어 자신들의 직업적 소명을 다하지 못한 미국의 외교관들도 비난했다. 모든 외교적 수단을 동원한 뒤가 아니었음에도 권력의 눈치를 보며 부시 행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언론 또한 이라크전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는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말만을 그대로 보도해 마치 ‘속기사’ 같은 느낌마저 들게 했다고 FP는 힐책했다.

연합국 지도자들도 도마에 올랐다. 수동적으로 미국의 결정에 따르거나 제대로 된 반론조차 내놓지 못한 채 부시 행정부의 뒤를 좇았다는 것.

국제 시민단체들도 본분을 다하지 못했다고 도마에 올랐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에서 의혹을 살만한 천문학적 액수의 계약들을 체결했지만 국제투명성기구(TI)를 비롯한 부패방지 민간단체들은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

FP는 “당분간은 ‘테러와의 전쟁’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지금 당장 물리쳐야 할 것은 비현실적이고 독단적인 정책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인권 같은) 불변의 가치들이 유린되고 있는데도 침묵하거나 이를 무시하는 일종의 마법과 같은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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