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인물들이 치매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BBC방송 인터넷판이 7일 보도했다.
영국 헤이우드병원 정신과 전문의 엘 님 박사는 최근 영국왕립정신과의사협회 연례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과 옛 소련의 스탈린 등 세계적 지도자들이 치매에 걸려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제1, 2차 세계대전과 같은 비극을 막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님 박사는 수백만명의 옛 소련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독재자 스탈린은 몇 차례 뇌중풍 발작으로 치매에 걸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2차 대전 말기인 1945년 2월 얄타에서 스탈린과 만나 한반도 문제 등 전후처리 문제를 협의했던 루스벨트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역시 치매에 걸려 협상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당시 회담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모습을 볼 때 치매가 상당히 진행됐으며 처칠도 2차 대전이 끝나고 얼마 후 치매로 세상을 떠나 얄타회담 당시 이미 치매가 어느 정도 진행됐다는 것.
뿐만 아니라 1차 대전이 끝날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우드로 윌슨이 치매에 걸린 사실을 알고 대통령직을 사임했다면 2차 대전을 막을 수 있었다고 님 박사는 주장했다. 윌슨이 물러났다면 차기 대통령이 베르사유 조약을 비준, 미국이 고립주의로 회귀하지 않고 국제사회를 이끌었을 것이고 2차 대전도 피할 수 있었다는 것.
그는 “치매는 초기부터 기억력뿐 아니라 의사결정, 방향감각 등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높은 지적 능력을 보유한 사람은 치매에 걸려 직무수행 능력이 손상돼도 다른 사람이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행동한다”고 설명했다.
님 박사는 해럴드 윌슨 전 영국 총리를 치매에 적절히 대처한 사례로 제시했다. 1976년 전격적인 사임 발표는 치매로 인한 인식능력 저하를 인식하고 나온 결정이었다는 것.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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