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저널은 9일 멕시코 녹색당 소속 의원인 호르헤 카와기(36)를 멕시코 국회의원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예로 들었다.
카와기 의원은 세계권투평의회(WBC) 크루저급(89kg 미만) 29위의 현역 복서. 남들이 은퇴할 나이인 33세에 프로에 입문해 10승 무패 행진 중이다. 타이틀도 3개나 된다.
그와 맞붙은 상대는 몇년간 경기를 하지 않았거나 몸이 망가진 퇴물 선수들. 1월에는 라이트웰터급(63kg 미만) 735위 선수와 붙어 2라운드 KO승을 거뒀다. 보다 못한 관중이 “사기”라고 고함을 질러댔다.
그는 최근 6주일간 의회 상임위원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TV 리얼리티쇼에는 출연했다. 복싱용 반바지에 담배를 물고 영화배우들과 어울려 한바탕 쇼를 벌였다. “젊은 유권자들과 호흡하고 정치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려 했다”는 게 그의 변.
카와기 의원은 멕시코 하원의원 500명 중 비례대표 의원(200명)으로 의회에 들어왔다. 호르헤 에밀리오 곤살레스 녹색당 당수와의 친분 덕분이었다. 지난해에는 당수를 모시고 프랑스 최고급 휴양지로 출장을 가 4일 동안 2만6500달러(약 3000만원)를 썼다.
그는 부친이 사주로 있는 신문 ‘크로니카’의 2인자이기도 하다.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은 전직 대통령 아들, 현직 대통령 딸, 멕시코 최대 TV 방송사의 30대 회장 등. 멕시코 국민들은 이들을 ‘2세들’이라는 이름으로 비아냥거린다.
다른 의원들도 오십보백보. 상점에서 경찰관 아내를 희롱하다 말리는 경관에게 총을 겨누는가 하면, 심야 뉴스에서 자신을 욕한다고 방송국에 쳐들어간 의원도 있다.
멕시코 의회 회기는 1년에 21주뿐이며 그나마 1주일에 2번 국회가 열린다. 하지만 연간 세비는 14만6000달러(약 1억7000만원)가 넘는다. 국민들은 “부패하기로 악명 높은 경찰보다 국회의원이 더 나쁘다”고 입을 모은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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