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발 외교관’ 스기야마 “한국 못잊을겁니다”

  • 입력 2004년 7월 9일 19시 23분


“한국은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면에서 매우 다이내믹한 나라입니다.”

4년 3개월 동안의 한국 근무를 마치고 다음달 초 일본으로 돌아가는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주한 일본대사관 정무공사는 9일 “한국 생활이 너무 행복했다”며 이같이 이임 소감을 말했다. 그는 2000년 4월 17일 한국에 부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역사적인 일들이 워낙 많아서 한두 개만 꼽을 수는 없다”며 굵직한 사건들을 단숨에 쏟아냈다.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 역사교과서 문제, 월드컵 한일 공동 개최, 북한 핵 문제와 6자 회담, 대통령선거와 총선거, 대통령 탄핵 공방….

“한마디로 4년여 근무 기간은 그야말로 격동기였습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나라예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본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오히려 한국 외교통상부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우선 정무공사 자리를 4년 넘게 지킨 것 자체가 그의 능력을 단적으로 말해준다는 것. 정무공사 자리는 일본 외교관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 웬만해서는 2년 이상 근무하기가 불가능하다. 실제 그는 한국 정계와 관계 학계 언론계 등에 폭넓게 지인을 갖고 있어 웬만한 정보파악은 전화 한통으로 해결하는 ‘마당발’이다.

외교통상부의 한 당국자는 “그처럼 한국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많이 사귀며 활발히 활동하는 외교관도 드물다”며 “16대 국회의원의 절반 이상이 그의 집에 초대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 대사관저에서 열린 송별회에도 수백명의 국내 지인들이 참석했다.

이 날짜로 이집트 차석대사로 발령받은 그는 “술 마시기 어려운 중동근무 기간 중 간을 좀 돌보아야겠다”며 서울에서 ‘폭탄주’에 시달렸던 즐거운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서울외국인고등학교를 졸업한 딸(19)이 최근 “아빠와 엄마 덕분에 한국을 경험하고 좋아하게 돼 고맙다. 한국을 잊을 수 없다”고 한 말을 듣고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웬만한 한국사람 못지않게 국내 구석구석을 두루 여행한 그는 그중에서도 용평스키장을 가장 인상적인 곳으로 꼽았다. 일본에서도 대단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한국의 TV 드라마 ‘겨울연가’(일본 방송 제목은 ‘겨울소나타’) 촬영지이기 때문.

“제일 좋아하는 연예인인 배용준과 최지우 사진이 곳곳에 걸려 있더군요. 겨울소나타는 가족과 함께 DVD로 세 번이나 봤어요.”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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