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에게 위험한 것이라고는 이 방에 단 하나밖에 없소.”
놀란 장교는 손을 권총에 가져가며 묻는다.
“그게 무엇이죠?”
“시(詩)요.”(‘라틴 아메리카를 찾아서’ 중에서)
12일은 칠레의 ‘국민 시인’인 파블로 네루다(1904∼1973·사진)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 철도원의 아들로 태어나 10세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네루다는 20세이던 1924년에 펴낸 두 번째 시집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를 통해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이후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민중의 삶을 조망한 서사시 ‘모두의 노래’(1950년)를 발표하는 등 네루다는 칠레뿐 아니라 동시대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네루다는 1971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네루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민음사에서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를 펴냈다. 이탈리아 영화 ‘일 포스티노(우편배달부)’의 원작으로 더 유명한 이 소설은 네루다와 우편배달부와의 만남을 잔잔하게 그렸다.
한편 칠레 정부는 네루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세계 각국의 문인과 문학 종사자들에게 ‘네루다 탄생 100주년 기념 메달’을 수여한다. 국내에서는 정현종 시인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정씨는 네루다의 시집 ‘스무 편의…’와 ‘100편의 사랑 소네트’를 번역해 국내에 소개했다. 시상식은 12일 오후 5시 주한 칠레 대사관에서 열린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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