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誌 러시아판 편집장 피살…비리 폭로 보복 가능성

  • 입력 2004년 7월 11일 19시 10분


피살된 포브스지 러시아판 편집장 폴흘레브니코프.-모스크바 AP연합
피살된 포브스지 러시아판 편집장 폴흘레브니코프.-모스크바 AP연합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러시아판 편집장인 러시아계 미국인 폴 흘레브니코프(41)가 9일 밤(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피살됐다. 흘레브니코프 편집장은 퇴근길에 사무실 근처에서 4발의 총격을 받고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

현지 경찰은 적어도 3명 이상의 전문 킬러가 가담한 청부살인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가장 의심의 눈길을 받는 대상은 러시아 올리가르히(과두재벌). 흘레브니코프 편집장은 이들이 가장 미워하는 언론인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그동안 러시아 재벌과 독점기업의 자산 규모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잇달아 폭로했다. 모스크바가 뉴욕이나 런던보다 억만장자가 더 많이 사는 도시라는 것도 포브스의 보도였다.

러시아 부호 100명의 명단과 자산 명세를 상세히 공개하면서 유리 루슈코프 모스크바 시장의 부인 등 ‘숨은 부호’들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게 한 것도 포브스였다.

흘레브니코프 편집장은 앞서 ‘크렘린의 대부’라는 저서를 통해 재벌이 정치에까지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러시아계 이민의 후손으로 뉴욕에서 태어난 흘레브니코프 편집장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경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84년 첫 고국 여행이 러시아 경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러시아에서는 최근 기업인, 언론인, 정치인, 고위관리를 상대로 한 청부살인이 기승을 부리고 있으나 범인이 잡힌 적은 거의 없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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