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정묘·병자호란 때 오랑캐에게 끌려가 모진 고초를 겪은 후 귀국하자 이번에는 가족에게 버림 받았던 조선시대의 ‘환향녀(還鄕女)’와 같은 처지에 놓인다는 것이다.
이라크의 주요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2만2000여명 가운데 여성은 90여명. 하지만 임시 수용시설에 수감된 인원까지 합치면 수백명에 이른다.
지금까지 자신이 수감 중 성폭행을 당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여성은 한명도 없다. 수감 경력자들을 여러 차례 면담한 후다 알 누아미 바그다드대학 교수(43·여)는 “성폭행을 당했는지 물어보면 처음엔 모두 부인하지만 재차 질문하면 대부분 울음을 터뜨린다”고 전했다.
누아미 교수는 연합군 및 미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여성 수감자 인권개선을 요구하는 한편 이슬람 종교지도자들에게 석방된 여성 수감자들을 박해하지 말도록 촉구하고 있다.
이슬람 성직자연합회도 “수감됐다 석방된 아내 또는 딸을 살해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몇 번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며 수감생활에서 돌아온 여성들의 인권보호에 관심을 표명하긴 했다.
하지만 누아미 교수는 뿌리 깊은 이슬람 관습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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