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시피광풍과 수도이전

  • 입력 2004년 7월 18일 15시 35분


1719년부터 1720년까지 프랑스 파리에선 '투기 광풍(狂風)'이 불었다.

도박꾼이었던 영국인 존 로가 설립한 미시시피 회사가 진원지였다. 프랑스 국왕 루이 15세가 중국과의 독점교역권을 부여한 이 회사는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금광개발까지 한다고 선전했다. 투자자에게 연 수익률 120%를 보장했다. 돈이 몰려들었고 주가는 연일 폭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떼돈을 벌어주는 루이지애나 금광은 없었다. 수많은 프랑스 투자자들은 알거지가 됐고, 존 로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쓸쓸한 최후를 맞았다.

비슷한 시기 영국 남해회사에 투자했다가 큰 돈을 날린 아이작 뉴튼은 "나는 만유인력을 측정할 수 있어도 사람의 마음을 계측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300여년 뒤인 2004년 한국의 증권시장에서 한국판 미시시피에 당한 개인투자자들이 떠나면서 증권 산업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

대중의 탐욕을 이용하는 '미시시피 투자'는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정치시장에서도 자주 일어났다.

참여정부란 벤처회사를 보자. 미시시피처럼 단기간 내 투자자를 모은 이 회사는 '근무시간은 확 줄이고 월급은 대폭 인상', '5년 내 회사가치를 두 배로 늘림' 등의 약속을 했다. 대표적 사업은 △본사 이전 △옛 경영진 처벌 △간부사원 물갈이 등이다.

특히 본사이전에 회사의 사활을 걸기로 했다. 지난 40년간 4500만 국민이 모은 수 십 조원을 투자하겠단다.

회사가 큰 이익을 내면서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면야 본사를 하와이로 이전하든지, 경쟁회사 산업스파이에게 모범사원 표창을 하든지에 대해 투자자들은 눈감아 줄 수도 있다.

문제는 회사가 높은 배당금은 커녕 주가가 연일 하락하며 부도위기에 처했다는 소문이 나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빚내서 더 좋은 곳으로 이사 간다고 한다. 불안한 투자자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닌가. 빚도 갚고 돈도 번 다음에 이사 가는 게 상식인데 말이다.

투자자들은 "지금 회사형편이 어려우니 본사이전은 좀 더 신중하게 따져보고 다른 수익성 있는 사업도 알아보자"고 말하고 있다. 대표이사는 "본사이전만큼 확실한 사업은 없다니까. 집터가 좋으면 나머지 사업은 저절로 잘되게 돼있어. 지금 나보고 사장 그만두라는 얘기야"라며 눈을 부릅뜬다. '묻지마 투자'를 강권하는 셈이다.

하버드대학의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교수는 '경제학의 역사'에서 "(18세기 영국 런던주식시장의 많은 회사들은) 유리한 사업을 계속하는 회사지만 (회사가 망할 때까지) 그 사업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몰랐다"고 밝혔다.

21세기 대한민국 투자자들은 그 유리한 사업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투자원금을 손해 보지 않을 권리가 있다.

디지털뉴스팀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