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영토 돌려달라”…속 타는 일본=일본이 러시아에 반환을 요구하는 ‘북방 4개 섬’은 남쿠릴 열도로 불리는 곳.
홋카이도(北海道) 북동쪽에 있는 하보마이(齒舞) 시코탄(色丹) 구나시리(國後) 에토로후(擇捉) 등 4개 섬이다. 총면적은 5036km²로 오키나와섬의 약 4배.
이들 섬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전한 직후인 1945년 8월 28일 소련군이 진주하면서 소련 영토로 편입됐다.
일본은 1855년 제정 러시아와 러-일 화친조약을 맺을 때 이미 일본 영토로 인정된 땅이므로 당연히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영유권을 고집하기보다 반환 협상에 응한다는 입장이지만 적극성은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과거 일본이 러일전쟁의 전리품으로 사할린을 할양받은 데 대한 보복적 성격도 있다고 지적한다. 러시아로서는 일본 열도의 최북단 바로 위에 군대를 배치한다는 점에서 군사전략상의 매력도 있다.
아사히신문이 입수한 ‘대(對)러시아 대처방침’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포괄적 관계개선을 중시해 온 대러시아 외교의 기본 전략을 영토문제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영토문제 해결 전망이 보이지 않으면 푸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서두르지 않고 양국간 ‘평화조약’ 체결 논의도 유보한다는 것.
4개 섬 가운데 하보마이와 시코탄 등 2개 섬을 먼저 돌려받는 데 주력한다는 ‘단계적 해결’ 구상도 포기하기로 했다.
▽‘고이즈미의 집착’ 성공할까=일본 정부가 외견상 강경 자세를 보이는 것은 러시아도 일본과의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보기 때문.
미국 및 유럽과의 관계 정상화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이 아시아에서 중국의 급부상을 견제하려면 일본을 파트너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일본의 계산이다.
푸틴 대통령의 재선 임기가 시작됐고 고이즈미 총리도 2년간 임기가 보장된 상태여서 양국 정상이 영토반환 협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점도 일본이 서두르는 이유다.
일본 정계의 한 소식통은 “고이즈미 총리는 외교 분야에서 실적을 올려 역사에 이름을 남기려는 욕구가 매우 강하다”면서 “북-일 국교정상화와 북방 4개 섬 반환이 그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도 시베리아 송유관노선 문제 등에서 러시아의 눈치를 살펴야 할 처지여서 북방 4개 섬 협상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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