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차기대권, 시라크-사르코지장관 맞대결

  • 입력 2004년 7월 18일 19시 06분


2007년 시작되는 프랑스의 차기 대권을 놓고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경제재무장관의 대결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집권 여당인 대중운동연합(UMP) 총재이던 알랭 쥐페 전 총리가 비리 사건에 연루돼 16일 총재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되던 경쟁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

두 거물 정치인이 ‘계급장’을 떼고 맞대결을 펼치는 양상이다.

▽막 오른 대권 경쟁=사르코지 장관은 16일 대중 연설을 통해 11월로 예정된 UMP 총재 선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차기 대통령후보를 향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는 것.

이에 앞서 시라크 대통령은 사르코지 장관을 겨냥해 “장관직이나 충실히 수행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14일 생방송 인터뷰에서 “총재가 되려면 장관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사르코지 장관측은 UMP 총재와 장관직을 겸임하지 못한다는 것은 관례에 어긋난다며 시라크 대통령의 발언은 사르코지 장관을 견제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라크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사르코지 장관을 겨냥한 발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사르코지 장관의 지지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 최근 여론조사에서 사르코지 장관의 지지율은 49%로 시라크 대통령(41%)보다 높았다.

▽엘리트 대 풍운아의 대결=두 사람의 대결은 ‘구세대 대 신세대’, ‘엘리트 대 풍운아’의 양상을 띠고 있다.

71세의 시라크 대통령은 국립행정학교(ENA) 출신의 엘리트 정치인. 반면 헝가리 출신 이민 2세대인 49세의 사르코지 장관은 정치권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탁월한 감각과 수완을 발휘하며 이른 나이에 급부상한 케이스. 10대에 정당에 입문한 뒤 28세에 뇌이 쉬르 센 시에서 프랑스 사상 최연소 시장에 당선됐다.

시라크 대통령이 독일과의 동맹을 중시하고 미국을 배척하는 데 반해 사르코지 장관은 독일을 동맹국 가운데 하나로만 여기며 미국 사회의 역동성을 존중한다는 점에서도 두 사람의 성향은 엇갈린다.

시라크 대통령이 주로 인터뷰를 통해 유권자들과 접촉하는 것과 달리 사르코지 장관은 공장, 시장을 돌아다니며 방송 매체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대조적이다.

심지어 시라크 대통령의 부인 베르나데트의 조용한 내조와 ‘프랑스의 힐러리’로 불리는 사르코지 장관의 부인 세실리아의 적극적인 대외 활동까지 극명하게 대비된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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