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7월 20일 미국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은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디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로부터 35년, 인간은 우주를 향해 끝없는 도전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미국은 2030년 화성에 유인우주선을 보내기 위해 2020년까지 달을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야심 찬 우주계획을 발표했고 무인우주선 카시니호는 6년8개월여를 항해해 이달 1일 토성 궤도에 안착했다.
미국의 압도적 주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일본과 유럽은 85년 핼리혜성 탐사선을 발사하면서 우주 진출에 가세했고, 중국은 90년 첫 무인우주선을 쏘아올린 뒤 지난해 10월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하며 각축전에 끼어들었다.
▽끝없는 항해=90년 이후 발사된 탐사선은 줄잡아 30개에 이른다. 21세기에 들어서서는 매년 2∼5개의 탐사선이 우주 항해에 나서고 있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이전인 62년 금성부터 시작된 탐사활동은 77년 보이저 1, 2호의 목성 토성 등 태양계의 외곽으로 확대됐다.
이로 인해 우주의 신비는 양파 껍질처럼 하나씩 벗겨지고 있다. 올 1월 화성에 착륙한 미국 쌍둥이 탐사로봇 스피릿, 오퍼튜니티와 유럽의 마스 익스프레스호는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확인하는 개가를 올렸다. 미국은 8월 초 수성을 향해 탐사선을 쏘아올린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올 1월 달을 전진기지로 화성에 유인탐사선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막대한 예산문제가 걸려 있지만 이 계획은 우주 탐사에 새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왜 우주개발인가=부시 대통령의 우주계획이 발표되자 러시아가 즉각 공세를 취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예상하는 예산의 10분의 1인 150억달러(약 17조5000억원)이면 2014년까지 화성에 인간을 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적 자존심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중국이 유인우주선을 쏘아올리고 유럽과 일본도 달 및 행성 탐사를 위해 각축하는 것도 국가경쟁력과 국민적 자존심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최첨단기술이 활용되는 우주개발 부문에서는 선발주자의 위상이 아주 높을 수밖에 없다. ‘첨단기술의 종합경연장’이란 점에서 주요 국가의 투자는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핵융합 원료를 우주공간에서 얻는 기술도 추진되고 있다.
▽비용 절감의 시대=80년대 우주개발은 사실상 체제와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었다. 이 때문에 막대한 예산 지출도 거리낌 없이 허용됐다. 그러나 미국과 옛소련의 경쟁이 막을 내리면서 우주개발에는 경제 개념이 도입됐다.
본격적인 비용 절감 노력은 우주왕복선으로 구체화됐다. 미국은 81년 첫 우주왕복선 STS-1호를 필두로 새 개념의 우주왕복선과 우주정거장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
96년 미국의 화성 탐사선 패스파인더호는 착륙 때 역추진로켓 대신 에어백을 썼다. ‘값싸게, 좋게, 빠르게’를 내건 미국 전략에서 태어난 아이디어였다. 앞서 72년 파이어니어 10호 이후 행성의 중력을 이용한 ‘스윙바이’ 방법을 활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희생도 따랐다. 86년 1월 미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직후 공중 폭발해 승무원 7명 전원이 목숨을 잃었고, 17년 뒤인 2003년 2월에는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던 미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폭발해 승무원 7명이 산화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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