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살상무기(WMD) 자진 포기 이후 리비아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경제 제재가 대부분 풀리면서 석유업체를 비롯한 미국업체들이 리비아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느라 바쁘다.
리비아의 원유 매장량은 360억배럴로 전세계 매장량의 3%. 그중 4분의 1만이 탐사됐으며 미개발 상태인 것이 270억배럴에 이른다. 매장량은 이라크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품질이나 지리적 여건이 더 우수해 미국 및 유럽으로의 수출이 더 쉽다.
현재 리비아는 하루 150만배럴을 생산중이다. 1980년대초까지 하루 산유량이 330만배럴이었으나 미국의 경제제재로 미국 석유업체들이 떠나면서 푹 줄었다. 시설을 현대화하면 10년내 하루 300만배럴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
리비아가 20여년만에 처음으로 이달중 외국업체에 11곳의 유전탐사권을 제공할 예정이어서 업체들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옥시덴털 등 과거 리비아에서 사업을 했던 미국 석유업체 최고 경영자들은 이미 리비아를 방문해 복귀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벌였다고 뉴욕 타임스가 10일 전했다.
이달초 미국 최대 석유업체인 엑손 모빌이 니제르의 석유 배송사업을 리비아 국영 석유업체 계열사에 매각, 리비아 경제제재 해제 이후 첫 번째 거래를 성사시킨 것도 리비아 진출의지의 표현이다. 또 셰브론 텍사코는 최근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로 리비아 석유업체 중역들을 방문, 리비아에 대한 투자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AP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영국과 네덜란드의 합작기업인 로얄 더치 쉘 그룹은 3월말에 이미 리비아와 원유와 천연가스의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었다.
석유업체만이 아니라 유전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를 제공하는 핼리버튼 등 석유서비스 업체들은 물론 변호사나 은행가, 컨설턴트들도 리비아에 출장중이다. 이들은 대부분 미국 석유업계의 중심지인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활동하는 인사들. 특급 호텔을 짓거나 의료장비를 제공하고 심지어는 군수물자 수출을 위한 상담까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
다만 미국 항공기의 트리폴리 취항이 재개되지 않았고 미국내 리비아 자산의 동결 상태가 아직 풀리지 않았으며 이스라엘과 거래하는 업체에 대한 리비아의 제재 등 걸림돌이 남아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