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의 온상=말라카해협은 길이 900km, 너비 40∼350km로 태평양∼남중국해∼인도양을 잇는 해상무역의 길목. 세계 해상 물류의 3분의 1 이상이 이 해협을 통과하며, 매년 중국과 일본의 원유수입량 80∼100%가 이곳을 통과한다.
하지만 수심이 120m 이하인 곳이 많아 상선의 운행 속도가 느려지면서 해적들의 공격에 안성맞춤이 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해군력이 취약해 해적들의 ‘히트 앤드 런’식 공격에 속수무책이다. 지난해 세계 해적공격 445건 중 25%가 이 해협에서 일어났다.
▽3개국 뒤늦은 협력=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는 그동안 해협 순찰에 미온적이었다. 미국이 3월 말라카해협에 강력한 해군력 투입을 요청할 때만 해도 이슬람교도가 다수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주권 침해’라며 거부했다. 그러나 국제 테러조직이 유조선 또는 가스운반선을 나포한 뒤 폭탄으로 무장해 선박을 공격하는 이른바 ‘바다의 9·11테러’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의 문제제기에 3개국은 겨우 손을 맞잡았다.
미국은 2000년 10월 예멘의 아덴항(港)에서 폭발물을 실은 소형 고무보트의 자살충돌 공격을 받아 미 해군 구축함 ‘USS콜’호에 타고 있던 승무원 17명을 잃은 적이 있다. 미국은 최근 이 같은 폭탄선박테러 공격이 또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등 3개국의 합동순찰이 얼마만큼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각국이 영해 침범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해적선과 괴선박을 추적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전략연구소 라자크 바긴다 소장은 “3개국의 갈등 역사는 해적퇴치 공조능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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