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동성애 자체가 별 관심을 끄는 일이 아니며, 정치인 등 유명인들 가운데 동성애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베스테벨레 당수의 '커밍 아웃(비밀로 한 것을 동성애자가 이를 공표함)'이 화제가 되는 것은 꽤 치밀한 계산 끝에 나온 의도적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황색 일간지 빌트는 1면에 '베스테벨레가 이 남자를 사랑한다'는 제목과 함께 그가 한 젊은 남자와 나란히 앉아 대화하는 사진을 크게 실었다.
빌트는 사진의 주인공인 쾰른의 스포츠센터 사장 미카엘 므론츠 씨가 베스테벨레 당수의 애인이라면서 두 사람의 취미와 휴가지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전했다.
독일의 주요 언론은 그러나 베스테벨레 당수의 커밍 아웃 자체나 두 사람 간의관계에는 그리 지면을 많이 할애하지 않았다. 베스테벨레 당수가 공식적으로 천명한적은 없지만 그가 동성애자라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기 때문이다.
언론은 이 보다는 둘의 사진이 찍힌 장소에 주목했다. 그 자리는 제1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의 안겔라 메르헬 당수의 50세 생일을 축하는 자리였다. 베스테벨레 당수는 에드문트 슈토이버 기독교사회연합 당수와 함께 맨 앞줄에 앉아있었다.
현재의 지지율로만 봐서는 차기 총선 집권이 확실시되는 보수 3야당 당수들의 모임은 더욱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었으며, 이런 자리에 동성애 애인을 자신의 파트너로 데리고 나타난 것이다.
시사주간지 슈피겔 인터넷판은 이를 '의도적 노출'이라고 지적했다. 유연하고개방적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자연스럽게 알려나감으로써 보수정당인 자민당이나기민련 유권자들 가운데 있을 수 있는 저항감을 줄여나가, 차기 총선과 야3당의 총선 승리 후 내각에 기용될 것에 이후에 대비 할 시점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23일자 일간 디 벨트는 설문조사 결과 정치인의 성적 취향은 자신의 투표에 아무 영향도 주지 않는다고 답한 유권자가 83%였다고 밝혔다. 보수정당 지지자들이 경우 동성애자를 수용하는 비율이 이 보다는 낮았다.
베스테벨레 당수의 커밍 아웃에는 이미 다른 유명 정치인들의 성공 사례들이 용기를 더해준 것으로 보인다.
사회민주당 소속인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은 2001년 선거 당시 "나는게이"라고 공표해 언론의 주목을 받아으며, 결국 선거에서 무난히 당선됐다.
또 기민련 소속 올레 폰 보이스트 함부르크 시장도 지난해 선거 직전 동성애 사실을 드러냈으나 압도적 표 차로 시장에 당선됐다.
적어도 독일 정치인들의 경우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감표 요인이 되기 보다는 지율 상승의 요인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동성애자 표를 모으는 효과가 있는데다 개방적이며, 편파적이지 않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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