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권이양 후 납치극 줄이어

  • 입력 2004년 7월 25일 17시 39분


인질을 살리기 위해 필리핀군이 조기철수한 이후 이라크 무장세력이 외국 외교관을 처음으로 납치하는 등 인질극이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라크 과도정부의 치안 안정노력은 이로 인해 빛을 잃고 있다. 이라크 강경 시아파 지도자인 무크타다 알 사드르는 "일부 무장세력의 외국인 인질 참수행위는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납치 줄이어='알라의 사자 여단'이라는 무장세력은 23일 바그다드의 한 사원 밖에서 이집트 이익대표부 모하마드 맘두 쿠틉 참사관을 납치했다. 외국 외교관이 이라크에서 납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무장세력은 아랍어 방송 알자지라에 보낸 비디오테이프에서 이집트의 치안전문가 이라크 파견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24일 이라크 남부 제이우나에서 승용차를 타고가던 국영 건설업체 '알 만수르 콘트랙팅'의 라아드 아드난 사장이 무장괴한들에 납치됐다. 아드난 사장은 이라크 건설주택부의 고위 관리이기도 하다. 이들은 아직 요구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

23일에는 바그다드 인근에서 알 타미미 그룹에서 일하는 파키스탄 정비사와 운전사가 실종됐다고 25일 파키스탄 외무부 대변인이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25일 "필리핀군이 철수한 직후인 19일부터 적어도 9명이 납치됐다"며 "인질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특징=최근 납치를 저지른 무장세력은 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조직들. 쿠틉 참사관을 납치한 '알라의 사자 여단'이나 인도인 3명을 포함한 트럭운전사 7명을 붙잡고 있는 '검은 깃발 소지자' 등이 그렇다. 특히 일부는 몸값을 받기 위해 납치극을 벌인 것으로 분석된다. '검은 깃발 소지자'나 아드난 사장 납치범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나트와르 싱 인도 외무장관은 "'검은 깃발의 소지자'는 돈을 벌기 위해 납치를 한 무책임한 자들"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들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한복판에서 외교관까지 납치하는 대담함을 보이고 있다. 종전에는 도시 외곽의 외진 곳에서 주로 외국인 운전사, 기업인, 기자들이 납치됐었다.

중동에 다국적군 파병을 요청해 치안을 안정시키려던 이라크 과도정부의 구상도 암초에 부딪쳤다. 자국 외교관 납치이후 이집트가 파병 불가 방침을 다시 천명한 것이 다른 아랍국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한편 알 사드르는 23일 쿠파에서 금요기도회를 주관하면서 "일부 사람들이 인질들의 참수와 관련해 하는 짓들은 이슬람율법을 어긴 것으로 비난받아야 한다"며 "우리는 이런 짓을 하는 누구든 이슬람법에 따라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그다드 나자프=외신 연합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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