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일간신문 트루드의 이스라엘 주재 특파원인 콘스탄틴 카피토노프 기자의 정체를 놓고 러시아와 이스라엘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23일 “카피토노프 특파원은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그를 즉시 추방하지는 않았지만 엄중히 감시하며 8월 초 비자 체류기간이 만료되면 출국시킬 방침이다.
한편 트루드는 “그는 우리 특파원이 아니고 스트링거(현지 고용 통신원)”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카피토노프 기자는 최근까지도 ‘이스라엘 특파원’이라는 신분으로 이 신문에 기사를 써 왔다.
카피토노프 기자는 80년대부터 여러 러시아 언론사 특파원 명함을 번갈아 사용하며 이집트와 레바논 이스라엘 등에서 활동해 왔다. 81년에는 이집트에서 ‘비우호적 인물(persona non grata)’로 지목돼 추방되기도 했다.
해외첩보원을 특파원으로 위장해 파견하는 것은 옛소련 시절에는 흔한 일이었다.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전 총리는 1960년대 소련 공산당 기관지인 프라우다 특파원 직함을 갖고 국가보안위원회(KGB) 중동 총책임자로 일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으로 이러한 러시아 첩보기관의 신분위장 행위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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