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美백악관 장애 정책차관보 재임명 된 강영우박사

  • 입력 2004년 7월 25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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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권순택 특파원maypole@donga.com
워싱턴=권순택 특파원maypole@donga.com
“젊은이들은 능력(competence)을 기본으로 하되 인격(character)과 헌신(commitment)까지 포함한 ‘3C’로 세계화 시대에 도전하세요.”

실명이라는 치명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2001년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라는 재미 한국인으로서는 최고위 공직자로 임명된 강영우(姜永佑·60·사진) 박사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충고다.

3년 임기를 마친 강 박사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5월 상원에 재임명 인준을 요청했으나 처리가 지연되는 바람에 최근 내년 11월까지 시한부로 재임명됐다. 내년 11월 이전에 상원 인준을 받으면 2007년 11월까지 차관보로 계속 활동하게 된다.

“공직자로 3년을 지내면서 미국인들이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인재를 등용한다는 것을 알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능력을 기본으로 하지만 인격과 헌신의 자세가 없으면 인재로 등용될 수 없지요. 자기를 위한 삶이 아니라 남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며 자신보다 지역과 사회 및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인격을 갖춰야 합니다. 거기에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꿈을 갖고 헌신할 것을 요구하지요.”

강 박사는 세계무대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3C’를 강조하며 “부모들도 3C를 기준과 목표로 자녀를 키우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주장을 다양한 경험과 사례를 들어 설명한 저서 ‘도전과 기회-3C 혁명’(생명의 출판사)을 5월 출판한 뒤 최근 한국의 교회와 학교에서 20여차례 강연했다.

그는 “재미 한국인 가운데는 실력은 있는데 인종차별 때문에 주류 사회에 진출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이는 문제를 잘못 진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력을 갖춰도 인격과 헌신의 기준에 미달하면 주류 사회에 진출할 수 없다는 것.

그는 미국에서도 출세를 위해서는 인맥이 필요하지만 인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계화된 지구촌에서 학연 혈연 지연에 의한 네트워킹은 소극적인 방법이다. 보다 적극적이고 의도적이며 효율적인 방법은 유사한 인생관이나 가치관 또는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들 집단에 소속되는 것이다.” 그는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려면 봉사단체의 일원이 되라”고 덧붙였다.

3년 동안 차관보로 일하면서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소방학교와 경찰학교에 재난 발생시 장애인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구출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것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 TV, 현금자동인출기 등 6종의 전자제품 디자인 연구개발 계획을 수립한 것을 꼽았다.

중학교 1학년 때 실명한 뒤 역경을 딛고 연세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2년 한국 장애인 최초로 정규 유학생으로 미국에 유학, 3년8개월 만에 피츠버그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인 출신 고위 공직자로서 한미관계를 돕기 위한 노력도 남다르다. 그는 한국이나 일본을 방문할 때면 현지의 미 대사를 만나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26일 시카고에서 미국 내 한국 교회 지도자와 한국의 해외 선교사 5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는 선교대회에서 부시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독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부이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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