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초대형 비디오 스크린과 함께 첨단 음향기기와 조명기술이 동원되고 음악과 춤까지 곁들여진다.
최근 열린 한나라당 대표 경선 때 의원들로 구성된 록그룹 공연이 화제가 됐지만 영화감독과 엔터테이너들이 동원돼 대형 TV쇼 형식으로 진행되는 미국 정당의 전당대회와는 비교조차 하기 어렵다.
한국과 미국 정당의 전당대회가 다른 것은 단순한 형식만이 아니다. 26일 첫날에는 빌 클린턴, 지미 카터, 앨 고어 등 민주당 출신의 전직 정·부통령 3명이 참석해 화려하면서도 감동적인 연설로 당의 단합을 도모하고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27일에는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같은 당 원로, 그리고 비록 중도하차하긴 했지만 한때 존 케리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딕 게파트 하원의원과 하워드 딘 전 주지사도 나와 지지와 성원을 아끼지 않았다.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은 ‘잃어버린 4년’을 되찾는 데 필요한 능력과 비전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한국 정당들이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해 경선 제도를 도입한 게 1992년 민자당 전당대회부터니까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런데 그 경선의 역사는 결과에 대한 불복과 탈당, 당의 분열 등 부작용과 오점으로 점철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권 1년 반밖에 안된 현 집권당은 민주당 시절 국민경선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식 경선’을 시도해 집권까지 성공했지만, 정작 경선을 실시했던 당은 몰락하다시피 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경선에 참여했던 정치인들 중 정치생명이 끝난 사람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또 전직 대통령이 5명이나 되지만 그들을 대통령으로 만든 정당 가운데 지금까지 온전하게 살아남은 정당은 하나도 없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를 취재하면서 한국의 정치 현실과 비교돼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보스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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