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곳은 이스라엘뿐’=같은 날 프랑스에 살던 유대인 200명이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이들 중 한 사람은 “앞으로 10년 안에 프랑스의 유대인 모두가 이스라엘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685명을 포함해 2000년 이후 프랑스에서 이스라엘로 건너간 유대인은 7024명.
최근 프랑스에서는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적대행위가 급격히 늘었다. 올 상반기에만 510건의 반유대주의 행위가 있었다. 지난해 전체가 593건이었던 데 비하면 크게 늘어난 셈.
이 때문에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달 18일 프랑스에 사는 유대인들에게 “이스라엘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이 발언으로 샤론 총리의 프랑스 방문 계획이 백지화될 뻔 하는 등 두 나라 관계가 급격히 나빠졌다. 결국 샤론 총리는 지난달 28일 “프랑스 정부가 반유대주의에 단호하게 대처한 데 감사한다”고 물러섰다.
▽“서방을 위협하는 반유대주의”=프랑스에는 500만명의 아랍계와 60만명의 유대계가 ‘동거’한다. 유대인에 대한 적대행위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반유대주의는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유대인 학생이 칼에 찔렸고, 영국 맨체스터에서는 유대인 거주지역에 가짜 폭탄이 설치돼 소동을 빚었다. 독일에서는 유대인 비난 발언을 한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에서 제명되기도 했다.
영국 BBC방송은 최근 한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프랑스, 독일,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 전역에 반유대주의가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급기야 샤론 총리는 “반유대주의가 서방세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자승자박?’=유럽의 반유대주의는 뿌리가 깊다. 오랫동안 나라 없이 떠돌던 유대인은 유럽에서 천대와 비하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의 반유대주의는 이스라엘 쪽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정책이 유럽인의 불만을 사고 있다는 것. 최근 여론조사 결과 유럽인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 대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보다 2배가량 더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이스라엘인과 결혼한 팔레스타인 사람의 이스라엘 국적 취득 금지법을 연장하기로 한 것도 ‘인종차별’이라는 비난을 듣고 있다. 미국의 대(對)중동 정책이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현실도 유럽인의 반감을 사고 있다.
지난해 말 유럽연합(EU) 15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세계평화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 지목된 나라도 이스라엘이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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