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면 바그다드 내 사드르시티의 지방재판소에 들른다. 일상적인 민사재판이 이뤄지는 법정이다.
전국에 700여개의 지방재판소가 있지만 전쟁 때 약탈됐다가 복원돼 퀴퀴한 냄새가 나고 시설도 열악하다.
전기는 수시로 나간다. 부실한 시설에 익숙한 이라크인들은 별 불평 없이 어두침침한 공간 속에서 서류 뭉치로 부채질을 한다.
오후가 되면 바그다드 중심부에 위치한 중앙재판소로 뛰어간다. 이곳은 테러와 관련된 범죄자를 처벌하는 법정. 지난해 미군이 새로 지어 깔끔하고 전기 공급도 원활하다.
중앙재판소에 오는 피고인들은 대부분 미군과 교전 중 붙잡힌 이라크 저항세력들.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에 구금돼 있다가 증거가 수집되면 중앙재판소로 넘겨진다.
지방재판소와 중앙재판소 외에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과 고위 바트당원들을 심판하는 특별재판소가 있다. 이들 법정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문을 연다.
뉴욕타임스는 1일 이라크 법정의 모습을 전하면서 “이라크 재건은 혼란에 빠져 있지만 법체계는 꽤 잘 정비돼 있다”고 보도했다. 3750년 전 함무라비 법전이 만들어질 정도로 사법 역사가 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곁들였다.
중앙재판소가 생기면서 자와리 변호사의 일은 부쩍 늘었다. 3년 전만 해도 마약밀매상이나 위조지폐범 등이 주요 고객이었지만 요즘은 미군에 총을 쏜 학생이나 폭탄테러를 가한 일반인들이 몰려들기 때문.
살인사건의 경우는 최고 5000달러(약 570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나머지는 경중에 따라 수수료가 달라진다. 빳빳한 달러를 선호하지만 때로는 시계, 에어컨, 반지 등 현물을 받기도 한다.
자와리 변호사는 “뇌물은 여전히 효과 만점”이라며 “예전에는 디나르(이라크 화폐)로 뇌물을 줬지만 요즘은 달러로 거래한다”고 귀띔했다.
“뇌물을 준 적이 있느냐”는 타임스 기자의 질문에 자와리 변호사는 손을 내저으며 “그건 ‘뇌물’이 아니라 ‘선물’일 뿐”이라고 대답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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