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기업의 사원채용 시즌은 매년 4, 5월로 한국보다 반 년가량 빠르다.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학생 입장에선 4학년이 되자마자 승자와 패자의 명암이 갈리는 셈.
이때 합격하면 정식으로 입사하는 다음해 4월까지 1년간 ‘행복한 졸업반’ 생활을 즐길 수 있다. 반면 이 시기를 놓치면 실업자가 되기 십상이어서 학생들은 하향 지원도 불사하곤 한다.
소니도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대졸사원 채용을 올봄에 이미 마무리했다. 여름철 채용에 나선 것은 창사 이후 처음. 소니측은 “다른 기업과 면접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유능한 인재를 뽑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추가 모집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요타자동차, 다이와증권, 마쓰시타전기, 도쿄해상화재보험, 덴쓰 등 각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여름철 채용 대열에 합류했다.
구직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대환영이다. 증권사 취업이 결정된 한 여대생은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일자리를 구해 다행이지만 솔직히 만족도는 50% 정도여서 더 마음에 드는 곳을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하계채용 러시는 실적 개선에 힘입어 내년 투자 규모를 늘리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올해 4∼6월 실적을 집계한 결과 전자업계의 10개 기업 중 후지쓰를 뺀 9개 기업이 영업흑자를 냈고 자동차업계도 ‘빅3’인 도요타 혼다 닛산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대학생들의 취업 여건은 한결 좋아졌다. 일본 정부가 54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이공계 모집인원을 17%, 인문계는 14% 늘려 뽑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일부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회사설명회에 참석하는 인원이 작년보다 10∼15% 줄었다”며 학생들의 ‘콧대’가 높아졌다고 탄식하기도 한다.
일본의 대학생들은 취업문이 넓어진 덕택에 올해의 폭염이 예년만큼 덥게 느껴지지 않을 듯싶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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