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사상 최고가 행진에도 정부 낙관적

  • 입력 2004년 8월 4일 17시 20분


국내 원유(原油) 수입의 70%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하루 만에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 치웠다.

미국 서부 텍사스중질유(WTI) 가격도 배럴당 44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등 국제유가 오름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사상 최고 기록 러시=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3일 거래된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는 전날(37.06달러)보다 45센트 오른 배럴당 37.51달러로 이틀 연속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WTI 현물가도 전날보다 배럴당 38센트 상승한 44.11달러로 지난달 30일 이후 사흘(거래일 기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석유공사는 푸르노모 유스기안토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이 3일 OPEC의 생산 증대 능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발언한데다 러시아 정부가 정유회사인 유코스에 대해 세무조사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수급 차질 가능성이 높아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류 관련 세금 내릴까?=국제 유가 급등으로 정부의 '고(高)유가 비상대책' 기준 가격인 '두바이유 10일 평균 가격'도 35.56달러로 전날에 비해 26센트 올랐다.

정부는 당초 기준 가격이 30달러를 넘으면 석유 수입부과금과 교통세 등을 인하하는 2단계 조치, 35달러를 넘으면 비축유 방출, 석유제품 최고가격 고시제 등 3단계 조치를 발동키로한 만큼 유류 관련 세금을 내릴 조건을 갖춘 셈이다.

이에 대해 주무 부처인 재정경제부는 유류 관련 세금 인하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다. 세금 인하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는데다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稅收) 부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

그러나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6개월 만에 4%대로 오르는 등 물가 불안이 심상치 않은 만큼 세금 인하가 전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병원(朴炳元)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6일 열릴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에너지 절약과 세금, 수급 조절 등 모든 분야의 유가 대책이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안이한 대처=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올 5월7일 경제장관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고유가에 대해서는 뉴욕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국의 재고 감소 등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고 밝혔다.

또 "구체적인 하락 시기는 점치기 힘들지만 1∼2개월 후에는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등 유가 문제를 상당히 낙관적으로 바라본다는 인상을 풍겼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올 상반기 중 원유 활당관세와 석유수입부과금을 내린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에너지 절약 캠페인이나 석유 비축 시설 확충 등 장기 대책도 평소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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