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 결승에 오른 중국은 지난 대회 챔피언 일본과 7일 베이징(北京)에서 양보할 수 없는 일전을 벌일 예정. 하지만 중국 관중의 위압적 분위기 때문에 자칫 양국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양국은 올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옛 일본군의 중국 동북지방 화학무기 유기, 일본 관광객 집단매춘 사건 등으로 첨예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일본=일본 정계는 “한국팀이 경기할 때도 중국 관중이 상대팀을 일방적으로 응원하긴 했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유독 야유의 정도가 심하다”며 중국 관중의 태도를 문제삼고 나섰다.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일본 관방장관은 이와 관련해 외교경로를 통해 중국측에 3차례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4일 밝혔다. 그는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행위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을 중국 당국에 분명히 밝혔다”며 “말썽이나 폭력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중국측이 확실히 대처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상도 이날 국회에서 “스포츠에서 반일적인 행동이 나온 것은 유감”이라며 “중국 축구팬도 조금 더 생각해 행동하기 바란다”고 말해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일본 언론들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영토분쟁으로 중국인들의 대일감정이 나빠진데다 중국 경제발전에서 소외된 계층의 불만이 ‘반일 행동’으로 표출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일본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중국 네티즌들은 일본과의 결승전을 ‘항일(抗日)’ 혹은 ‘전쟁(戰爭)’으로 표현하며 반일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일본에서 경기가 열리면 일본인도 (우리처럼) 응원하지 않느냐”며 과잉반응을 정당화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특히 반일 감정이 고조된 이유는 충칭(重慶), 지난(濟南) 등 중일전쟁 때 일본군에 의해 중국인들이 많이 희생된 곳에서 경기가 열린 측면도 있다는 분석. 더구나 대회기간 중 7월 25일은 중국인들이 국치(國恥)로 여기는 청일전쟁 발발 110주년이었다.
중국은 결승전이 국민감정을 건드려 폭력사태로 비화될 것을 우려해 경비 인원을 대거 동원할 계획. 그러나 1972년 수교 이후 최악인 양국관계 때문에 관중이 어떻게 돌변할지 몰라 걱정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대회기간 중 80여명의 일본 원정응원단을 중국 관중으로부터 격리하고 50여명의 경찰을 붙여 경호해 왔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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