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유랑생활 비운의 몽족 1만5000명 美에 둥지

  • 입력 2004년 8월 9일 18시 05분


베트남전 당시 미군의 편에 서서 월맹군과 싸웠던 라오스의 몽(Hmong)족 1만5000명이 30여년간의 유랑생활을 끝내고 미국으로 집단이주한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9일 보도했다.

이들 가운데 1진은 6월에 미국으로 떠났으며 수개월 내로 전체 인원이 미국에 입국할 예정이다.

이번에 미국행에 오르는 몽족은 미군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라오스에서 반역자로 취급받아 망명길에 오른 뒤 태국에서 30년째 피란민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1960년대 미 중앙정보국(CIA)은 라오스를 통해 남부 베트남으로 침투하는 월맹군을 막기 위해 산악지대에 거주하는 몽족을 미군의 별동대로 이용했다.

몽족은 69년까지 1만8000명의 사상자를 낼 정도로 미국에 적극 협력했지만 월남이 패망하면서 미국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설상가상으로 75년 라오스에 공산당 정권이 들어서자 종족의 생존을 위협받는 극심한 박해에 시달렸고 많은 사람들이 이웃 태국으로 탈출했다.

피를 나눈 미국과 고국 라오스로부터 동시에 버림받은 몽족의 불행한 수난사가 다시금 논의된 것은 90년대 말부터였다. 97년 외환위기 때 태국 정부가 몽족이 사는 난민캠프를 폐쇄하자 이들은 또다시 유랑길에 올랐다. 이 사실이 미국 내 베트남전 참전용사들과 인권단체들에 의해 알려지면서 미국은 2000년 몽족의 망명을 허용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현재 미국에는 12만7000명의 몽족이 거주하고 있으나 대부분 글을 모르는 군인 또는 농민 출신이어서 미국 내 정착이 쉽지 않다.

라오스에는 아직도 약 30만명의 몽족이 산간지대에 은신해 반정부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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