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美 중심부 5곳 또 노렸다

  • 입력 2004년 8월 9일 18시 48분


2001년 9·11테러를 일으킨 알 카에다가 미국 본토를 겨냥해 2차 공격 계획을 세운 구체적인 증거가 드러났다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이 9일 보도했다.

타임은 이날 ‘표적이 된 미국’이란 제목의 머리기사에서 파키스탄 수사당국이 지난달 24일 알 카에다 간부의 자택을 급습해 압수한 노트북 컴퓨터 3대, 디스켓 51장에 담긴 테러 정보를 입수했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알 카에다 정보=타임에 따르면 압수한 노트북에는 알 카에다가 선정한 핵심 공격목표물 5곳의 사진 약 500장, 목표물 분석 내용이 영어로 저장돼 있었다.

뉴욕시에서 30분 거리인 뉴저지주 뉴어크의 프루덴셜 파이낸셜 본사는 상세한 건물 외곽사진 및 지하주차장에 대한 영문 정보가 담겨 있어 1차 테러 목표였음이 드러났다. 특히 “트럭보다는 검은색 리무진이 검색망을 피해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다”거나, “리무진은 앞좌석만 빼고 모두 폭발물로 채울 수 있도록 개조하라”는 내용이 기록돼 있었다.

디스켓에는 뉴저지 열차운행시간 등이 자세히 수집돼 있어 자폭테러가 아닌 ‘테러 후 도주’ 방식까지 생각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다른 핵심 목표물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대해서는 “정문의 큰 기둥 6개의 뒤편에 있는 유리창은 깨지기 쉬워 보인다”고 현장 답사 내용이 기록돼 있다.

또 씨티은행 본점 건물은 “철골구조가 아니라 철제 내력벽으로 지어졌다”며 설계도면을 확인한 듯한 정보를 담아 뒀다.

이 밖에 뉴욕시내의 헬리콥터 이착륙장에 대한 정찰보고와 헬기 조종실 사진도 발견돼 헬기를 동원한 공중 테러공격을 검토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 대해서는 “경비가 삼엄해 까다로워 보인다”는 판단을 적어 놓았다.

▽정보 유용성 논란=타임은 이번에 입수한 사진의 대부분이 2000, 2001년에 촬영됐다는 점에서 ‘한물 간 정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미 정보당국자는 “프루덴셜 본사 건물의 일부는 올 1월에 추가로 촬영됐다”고 말해 테러 준비가 ‘현재 진행형’임을 강조했다.

미 정부는 이달 1일 금융기관에 대한 테러경보를 3등급인 ‘옐로(다소 높음·elevated)’에서 2등급인 ‘오렌지(높음·high)’로 한 등급 높였다. 타임은 “테러경보 등급 격상은 이번에 입수된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보좌관인 프랜시스 타운젠드는 8일 CBS TV에 출연해 “우리의 행동(조직원 체포)으로 그들의 계획이 실패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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