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의 박기태(朴起台·30) 단장은 10일 “한국 정부와 학자들이 중국을 향해 아무리 외쳐도 한계가 있다”며 “외국인들이 중국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파트너’라고 생각하게끔 중국의 역사왜곡을 외국에 적극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단장이 반크를 인터넷에 개설한 것은 한창 어학연수가 각광을 받기 시작하던 1999년. 대학 졸업반이었던 박 단장은 연수 대신 해외펜팔을 통해 영어를 배우기로 마음먹고 미국 하버드와 예일 등 해외의 주요 대학 게시판에 펜팔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박 단장은 이들에게 “한국은 월드컵이 열리는 나라다. 내가 너만의 ‘사이버 관광가이드’가 돼주겠다”고 제안해 수십통의 답장을 받았다. 이후 박 단장은 ‘외국 친구들과의 e메일 펜팔교류’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이 홈페이지는 인기 사이트 10위 안에 들 정도로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박 단장은 “어학연수를 가지 못하는 대학생들을 타깃으로 했는데 오히려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며 “반크 회원의 80%도 중고교생들”이라고 말했다.
박 단장과 회원들은 1년 넘게 외국 친구들과 펜팔을 하면서 외국 친구들이 한국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많은 것을 알았고 이때부터 반크는 ‘해외펜팔-사이버 관광가이드’에서 ‘국가홍보-사이버 외교관’으로 역할을 바꿨다.
현재 1만30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반크는 지금까지 해외 유명사이트, 서적 등에 있는 한국사 관련 오류를 고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비롯한 해외 유명 사이트와 각종 세계 지도에서 동해를 일본해와 함께 표기하도록 한 것과 역사 전문 케이블 채널 ‘히스토리’의 한국사 왜곡 내용을 삭제토록 한 것은 기억에 남는 성과.
박 단장은 “20만명의 ‘사이버 외교관’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1인당 5명씩 모두 100만명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을 바로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오피니언 리더나 원로학자들을 설득하는 것보다 앞으로 각자의 나라를 이끌어갈 학생들에게 한국을 바로 알리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비해서도 국민이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각자 ‘사이버 외교관’이 돼 외국인들에게 올바른 한국사를 알리기 시작한다면 조만간 중국의 역사왜곡은 잠잠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단장은 “지금 바로 인터넷에 접속하면 5분 내로 5명의 외국인을 사귈 수 있다”며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유했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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