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中 무기금수조치 해제’ 신경전

  • 입력 2004년 8월 10일 19시 03분


이라크전쟁 이후 잦은 갈등을 빚어온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에 대한 무기금수조치 해제 문제를 놓고 또다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 정부도 10일 “고구려사 왜곡 문제로 한국과 소리 없는 역사전쟁을 시작한 중국이 첨단무기를 사들인다면 한국으로선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첨단무기로 무장하나=중국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 조치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건 당시로 거슬러간다. 당시 미국과 EU는 “중국 정부가 획기적인 인권 개선조치를 내리지 않으면 무기를 팔 수 없다”고 선언했다.

15년이 흐른 시점에서 EU는 수출재개 카드를 꺼내들었다. 여론몰이에 나선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얼마 전 “(중국에 대한) 무기금수조치는 현실적인 국제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수출재개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현재 중국의 비공식 국방비는 연간 700억달러선으로 세계 3위 수준. 하지만 ‘최첨단’과는 거리가 있는 러시아제 무기가 주요 전력을 이루고 있다. EU 회원국의 군사비 삭감으로 고전해 온 유럽의 군수업체가 군침을 삼킬 만한 규모다.

그러나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중국의 인권 사정이 나아졌느냐”며 시기상조임을 분명히 했다.

EU와 중국은 12월 8일 EU 의장국인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7차 연례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상의해 결론지을 예정이다. 그러나 주요 정책결정은 만장일치로 채택한다는 EU 헌법을 고려하면 현재 최소한 4개국이 금수조치 해제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성사 여부는 예측 불가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 사안을 주한미군 재편의 관점에서 주시하고 있다. 주한미군이 신속대응군으로 재편된 뒤 지역안정군 역할을 맡게 되면 중국-대만간 갈등시 주일미군과 함께 투입될 것이며, 이 경우 한국군이 간접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EU의 시각차=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EU는 냉전시대와 달리 불협화음을 자주 드러냈다. 미국은 힘을 앞세운 외교정책을 추구했고, EU는 미국 단극체제에 대항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미 신보수주의자(네오콘)의 대표적 이론가인 로버트 케이건 전 국무부 부차관보는 “미국과 유럽이 한목소리를 낼 것이란 생각을 버리라”고 주장했다. 국제문제에 개입할 능력이 있는 미국은 개입했고, 국제적 갈등 해결능력을 잃은 유럽은 방관만 했을 뿐이란 설명이다.

전봉근(田奉根) 전 통일부 정책보좌관은 중국에 대한 무기금수조치 해제 논란과 관련해 “미국은 중국을 견제 대상으로 보고 있지만, 유럽은 중국과 협력함으로써 국제질서 유지가 가능하다는 시각과 경제실리주의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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